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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하)] '백남준의 세가지 작품'

'칭기즈 칸'처럼… 미지의 예술 파괴적 창조

 

만약 백남준이 지금 살아서 아흔번째 생일을 맞았다면, 과연 그는 오늘날의 예술과 기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예술과 삶을 통합한 새로운 예술을 추구한 백남준의 작품은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고 미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 '칭기즈 칸의 복권'(1993년 作)

1990년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유목민과 같은 삶을 살았던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받는다.

'칭기즈칸…' 주유기·텔레비전 등 활용
미디어 통한 세계적 영향력 확대 표현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은 이때 전시됐던 작품으로 몸통과 팔은 주유기로, 머리는 잠수 헬멧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로봇은 열 대의 텔레비전을 자전거 짐받이에 가득 싣고 있으며, 그 텔레비전 안에는 네온관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가 채워져 있다.

이에 어두운 전시 공간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작품의 뒤태를 좋아하는 관람객들도 많다고 한다.

작품의 이름이 '칭기즈 칸'인 것은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과 영토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며,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예견한 백남준의 '예술인류학적'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이다.

 

 

#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1977년 作)

백남준이 어린 시절 '쇤베르크가 가장 극단적인 아방가르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음반을 듣고 싶어 했으나 서울에서 구할 수 없었다. 이후 백남준은 도쿄대에서 쇤베르크로 졸업 논문을 썼고, 독일로 가서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고자 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만난 쇤베르크와 그 학파들의 음악은 백남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클래식 음악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를 찾아 자신만의 예술의 길을 떠났다.

'나의 축제…' 쇤베르크 파격 해석
느리게 돌린 음악으로 현대적 경험

 


1977년 한정판으로 발매한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라는 제목의 LP 음반 뒷면에는 45세의 백남준이 쓴 글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라는 곡을 4배 느리게 재생한 소리를 담았다. 전시장에서는 축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인 사운드로 느껴지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 'TV 왕관'(1965년 作)

텔레비전 속에서 자유롭게 돌고 있는 왕관 모양이 눈길을 끄는 'TV 왕관'은 신호 발생기의 신호를 진공관 앰프를 통해 증폭시켜 텔레비전에 입력해 내부 회로를 변조한 작품이다.

주파수 변형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1960년대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기술이 생생하다. 댄싱 패턴이라고 불리는 이 이미지들은 백남준이 자신의 작업의 초석이라고 말한 바 있다.

'TV왕관' 진공관 증폭 영상 변조
주사선 통한 '댄싱 패턴' 이미지
1960년대 작품이라 믿기 어려워

 


아날로그 텔레비전 주사선의 특수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기술적으로나 비주얼적인 결과물로 보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이수영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패턴의 공간감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는 죽지 않고 여전히 잘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