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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전시리뷰] 백남준아트센터 '완벽한 최후의 1초-교향곡 2번'

백남준이 만든 '교향곡'… 후대 예술가·관객 무한 변주

 

음악을 전시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선지 위의 음표를 벗어난 조명과 향, 소리와 진동 등의 다양한 자극이 펼쳐지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완벽한 최후의 1초-교향곡 2번'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1961년에 작곡한 텍스트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이 국내 최초로 시연된다. 21세기에 새롭게 탄생한 이 교향곡의 악보를 보면 전시가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조금은 가늠해볼 수 있다.

1961년 만든 텍스트 악보 국내 최초 시연
제목과 달리 빈방 포함 16개 방 '자유롭게'
송선혁 작가 당시 장비로 바꿔 사운드 구현

 

 

악보는 정사각형의 방처럼 생긴 네모 안에 그려진 셈여림표와 그림, 지시문들이 전부이다. 

 

 

지시문은 '심한 소음과 정현파의 합성기', '물이 흐른다', '신비스러운 향', '최대한 환한 3,000W의 조명', '뜨겁게 달군 난로' 등 수수께끼 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악보의 제목처럼 '2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지도 않다. 전시는 빈방을 포함한 모두 '16개의 방(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백남준은 "여기에서 관객은 마음대로 방을 옮겨 다니며 적어도 20개의 다른 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악장의 순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떤 상황과 소리를 누리고 무엇을 사유할 것인지는 온전히 관람객의 몫이다. 어느 순간 각각의 방에서 나는 여러 소리들이 하나의 불협화음을 이루며 더 큰 공간으로 확장됨을 깨달을 때, 전시에서 말하는 방은 구획된 공간이 아니었음을 떠올리게 해준다.

 

 

각각의 방은 초청된 작가들이 각자의 상상력과 해석을 담아 만들어 냈다. 이들은 지시문을 붙들고 공부하며 백남준이 의도한 것들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시각예술가, 피아니스트, 사운드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한 만큼 사운드, 설치, 영상 등으로 펼쳐진 악보는 방에 들어간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특히 송선혁 작가는 현대식 장비로 준비하다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의 장비로 바꿔 사운드를 구현했는데, 카세트테이프 안에 녹음된 소리가 1960~1970년대 만들어진 빈티지 플레이어로 재생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하실로 명시된 3개의 방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매체들로 가득 채워져 있거나, 관객들의 동작으로 파생되는 울림과 파형, 다방향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에 의해 여러 감정에 휩싸이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장치된 피아노'와 '자연 조각들'로 직접 만지고 소리를 내며 백남준과 관람객 그리고 작가가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낸다.

결국 완벽한 최후의 1초는 이 모든 것을 즐겼던 우리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6월 19일까지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