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지자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 축제가 탄핵 격랑에 휩쓸려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탄핵정국 장기화로 ‘보통의 하루’를 잃은 시민들이 좀처럼 화려한 꽃이 만개하거나 몸이 들썩이는 축제장으로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다.
전남 지자체들에게 축제는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상권 활성화 등 경제 선순환을 노릴 수 있는 역점 사업이다. 타 지역에선 축제 명칭이 해당 지자체를 대신하기도 할 정도다. 무엇보다 인구소멸 시대에 ‘생활인구’를 늘리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데, ‘흥행’에 빨간불이 켜져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5일 전남도와 시·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남 지자체에서 개최한 지역축제의 방문객이 평년 대비 최대 20%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남에서 가장 먼저 열린 축제인 ‘보성 설맞이 달집태우기’행사 방문객은 3000명에 그쳤다. 지난해 1만5000명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20% 수준에 불과하다. 보성군은 제주항공 참사로 행사일을 미뤘었는데, 일정 연기 외에도 탄핵정국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방문객 숫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강진군을 대표하는 ‘청자축제’도 탄핵정국의 여파를 겪었다. 강진 청자축제는 17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자 뿐만 아니라 강진군의 농축산물과 지역 상인들이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행사다.
하지만, 올해 강진 청자축제 방문객은 17만4014명으로 지난해(20만4168명) 대비 15% 줄었다. 특히 강진 청자축제는 축제 기간 한파까지 겹치면서 10여일간 진행한 지역 대표 행사가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전남의 대표적인 봄 꽃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봄꽃 개화시기가 늦어진 탓도 있지만, 전년도에도 개화시기도 늦었으나 방문객들의 발길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광양 매화축제는 축제 기간 중 주말이면 행사장 1㎞전 부터 차량이 정체될 정도로 지역민 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방문이 많은 축제다. 지난 7~16일 열린 올해 광양매화축제의 최종 방문객은 38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방문객인 50만2000명과 비교하면 24%나 줄었다.
최근 끝이 난 ‘여수 영취산진달래축제’(3월22~23일)도 전년(4만명)보다 1만명 줄어든 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열린 축제에는 31만명이 모였다. 구례군은 유명 가수를 초청한 개막공연과 산수유열매 까기대회, 산수유꽃 길 걷기, 어린이 놀이체험을 비롯해 행사기간 내내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방문객을 끌어모으지는 못했다.
전남에서는 이번 주말 ‘보성 벚꽃축제’와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해당 지자체들의 기대감은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특별한 봄철 축제가 없는 광주에서도 지난 2월 진행된 고싸움놀이 축제 방문객이 감소했다.
지난해 진행(2024년 3월 1일~3일)된 남구 고싸움 놀이 축제에는 총 7695명이 들렸지만, 올해 2월 7~9일 진행된 축제의 방문객은 6.08%(7133명) 줄었다.
이밖에도 4월(19개), 5월(25개), 6월(7개) 등 상반기에만 60개 가까운 지역 축제들이 방문객 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자체 축제 담당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끝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전남의 한 시·군 축제 담당자는 “전남 뿐만 아니라 올해 열린 타지역 축제들도 흥행성적이 예년보다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탄핵정국과 경기침체, 추위 등으로 연초 열린 축제들이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