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호남 유통 맹주였던 롯데가 백화점 실적 저조 등으로 철수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롯데는 특히 민선 8기 들어 광주시민을 설레게 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데다, 불황 속 높은 매출을 자랑하고 있는 효자 영업점인 ‘롯데마트 월드컵점’마저 임대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겹치는 모습이다.
지역 내에선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낙후도가 심각한 동구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유일한 공간이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동구는 물론 광주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와 동구는 롯데백화점과 구도심의 상관 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백화점과 도심 활성화를 연계하는 방안을 포함, 향후 롯데의 철수나 추가 진출 등 마케팅 변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2일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광주에서 영업 중인 롯데 계열 대형 유통업체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월드컵점, 롯데마트 수완점 등 3곳으로, 영업면적 7만6033㎡(2만 3000평)에 근무 인원도 26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직원 수가 가장 많은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근무 인원만 1200여 명에 영업면적 3만 3057㎡(1만평) 규모로, 1998년 동구 대인동 옛 광주공용버스터미널 부지에 문을 열었다.
개점 당시 광주 중심지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은 유통업계 매출 1위와 고급화 전략으로 호남 최고의 백화점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등 최고의 호황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광주시 도시 개발이 상무지구 등 도심 외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광주시 동구 일대 정주 인구와 상권 이탈 등이 가속화하면서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매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광주점 매출은 최근 10여 년째 총매출 기준 상승세는커녕 제자리 걸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측이 구체적인 매출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2021년에만 코로나19 보복 소비 등으로 연매출이 10%정도 회복됐을 뿐 지난해는 5%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올해는 지난 11월 기준 총매출이 전년 대비 5% 정도 감소했다.
광주 소비 트렌드에 맞지 않은 고급화 전략 등이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지역 유통가에선 구 도심이 된 롯데백화점 입지 자체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경영 부진을 겪던 광주점은 2020년 롯데 계열사인 롯데리츠에 건물이 매각되면서 임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계열사 소유 부동산이긴 하지만, 사실상 셋방살이나 마찬가지인 탓에 영업 악화 시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민선 8기 들어 광주신세계 확장과 더 현대광주, 그랜드 스타필드 등이 ‘복합쇼핑몰’이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광주시 유통 시장 입점을 선언하면서,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위기설은 더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불황 속에서도 높은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부진을 만회해 온 ‘롯데마트 월드컵점’의 계약 만료 시점(2027년)이 다가오는 점도 롯데의 큰 고민 중 하나다.
월드컵점 부지 소유주인 광주시는 최근 롯데마트 월드컵점을 포함한 염주체육관 부지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광주 유통계를 호령했던 롯데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광주의 유통 판도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광주신세계 백화점은 바로 옆 유스퀘어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신축·확장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백화점 그룹은 전방·일신방직 부지내에 우리나라 최대 핫플레이스인 ‘더현대 광주’ 신축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유통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롯데가 철수한다면 단순한 지역 유통계의 재편이 아닌 3000명에 가까운 직원은 물론 관련된 중소규모 유통업계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상 이상일 것”이라면서 “광주시 등 지역사회에서도 단순히 특정업체의 위기로만 보지 말고, 롯데백화점 등이 광주에 다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