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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태풍 또 오면 어쩌나 부산시, 빌딩풍 뒷짐

카눈 때 엘시티엔 초속 39m 강풍
근처 바람 내륙보다 4배 더 강해
“방풍펜스 효과적” 연구 결과에도
주민 협의 어렵다고 설치 뭉그적
실시간 관측 시스템도 예산 타령

올여름 태풍 ‘카눈’을 포함해 매년 부산의 빌딩풍에 대한 경고가 반복되지만, 부산시의 관련 대책 수립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서 진행한 실증 연구 이후 적절한 해결책까지 제시됐지만, 예산 문제와 주민 동의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밝혀져 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산시와 부산대학교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 기술 개발 연구단(이하 부산대 연구단)'에 따르면, 카눈이 부산을 관통한 지난 10일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일대에는 순간풍속 초속 39m,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일대에는 초속 32m의 빌딩풍이 분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의 육상 ‘강풍경보’ 기준은 순간풍속 초속 26m다. 카눈의 영향으로 엘시티와 마린시티에 불었던 바람은 강풍경보 수준을 넘어서는 위력을 가졌던 셈이다. 빌딩풍은 여러 고층 빌딩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의 압력과 세기가 급증하는 돌풍 현상이다. 강한 바람에 시설물 파손이 빈번하게 발생해 ‘신종 재난’으로 인식된다.

시는 매년 반복되는 빌딩풍의 위협 때문에 2021년 빌딩풍 실증 분석 연구 용역을 시작해 지난 3월 부산대 연구단으로부터 결과를 통지받았다. 연구단은 엘시티 인근 5곳, 마린시티 일대 5곳 등 총 10곳에 자동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했다. 엘시티 일대에는 태풍이 올 때 내륙과 비교해서 최대 4배 이상 강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단은 빌딩풍 피해를 막기 위해선 방풍펜스 설치와 실시간 관측 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부산대 연구단 관계자는 “이들 지역이 태풍 위험 반원의 끝자락에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산을 관통하는 태풍이 불어닥친다면 얼마든지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도 시의 대책 마련은 요원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엘시티 동편에 방풍펜스 4개를 설치할 경우 빌딩풍 상쇄 효과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는 엘시티 인근 주민과의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설치를 미룬다. 부산대 연구단의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방풍펜스는 5m 기둥 위에 설치된 가로 15m, 세로 3m 크기의 구조물이다. 눈에 띄는 방풍펜스가 설치될 경우 조망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해당 지역이 빌딩풍 위험지역이라고 공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인근 주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시간 관측 시스템 마련도 예산 문제로 미뤄진다. 실시간으로 풍속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에 약 17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빌딩풍 피해 예방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태풍 등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엔 일단 강풍 대책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애초에 건물 설계 단계부터 빌딩풍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의무적으로 건물 중간에 ‘풍혈’이라는 바람 구멍을 만들어 바람이 자연스레 흐르게 한다. 중국에선 건물 중간에 소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빌딩풍을 줄인다. 재개발로 고층 건물이 대거 들어설 예정인 북항 일대에 비슷한 대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부산대 권순철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더 강한 바람이 부산을 덮칠 수 있어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