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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승객 ‘증발’ 노포동 버스터미널, 애물 전락

2001년 옮긴 이후 급격히 감소
고속 60%, 시외 80%나 사라져
이용객 없어 노선 급감 악순환
2021년부터 만성적자 조짐까지
규제 지역 복합 개발 ‘언감생심’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 안팎의 악재 때문에 지역 대표 관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적자 경영이 시작됐고 이중삼중 규제로 묶인 곳이다 보니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다. 이대로라면 노포동 버스터미널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애물단지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금정구 노포동 버스터미널. 터미널 어디에서도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약 1344㎡(406평) 규모의 대합실에는 고작 20여 명만 오갔다. 1층 벽을 따라 10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지만 손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3곳은 아예 빈 점포였다. 창구 위에 게시된 낡은 버스 시간표를 보면 한적한 시골마을 터미널에 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노포동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외지인에게는 낡고 생기를 잃은 이 공간이 부산의 첫 인상 또는 마지막 기억이 되기 때문에 부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다. 경기도에 사는 유 모(27) 씨는 “8년 전에 왔을 때에도 ‘옛날 터미널’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도 딱히 달라진 게 없다”면서 “이 터미널이 제2 도시라고 하는 부산의 터미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노포동 버스터미널의 위기는 이용객 감소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11일 (주)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따르면,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 노포동으로 자리를 옮긴 첫해인 2001년 승객 수를 보면 고속버스 150만여 명, 시외버스 498만여 명에 달했다.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 20년이 지난 2022년 승객 수는 고속버스 61만여 명(-60%), 시외버스 98만여 명(-80%)이었다. 이용객이 주는 바람에 버스 운행 횟수와 노선이 줄고, 교통편이 감소하니 승객이 또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2021년 6억 원대, 지난해 3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전부터 이어진 추세를 봤을 때 곧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빠질 것이라는 게 운송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버스터미널의 승객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다른 지역 터미널의 경우 복합환승센터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구의 동대구 복합환승터미널, 부산 사상 버스터미널 등은 유통시설과 터미널을 결합시켜 최대한 유동 인구를 늘려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노포동 버스터미널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인근 회동수원지와 공원 때문에 상수원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규제에 묶여 있다. 이로 인해 터미널 일대에서는 건물 증·개축이 어렵다. 유통단지화는커녕 작은 규모의 편의시설 하나도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14년엔 부산시가, 2019년에는 부산교통공사 등이 노포동 버스터미널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용역을 추진했으나, 본용역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현행 규제 속에선 대안 모색이 어렵다는 것만 확인하고 중도에 용역을 포기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노포동 버스터미널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이면서 근본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하지만 부산의 변두리라는 지리적 이유 탓에 시민과 행정의 관심 밖에 방치돼 있는 게 현실이다. 2021년부터 시설 관리를 맡은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빈 점포를 전시회, 책방 같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닌 것은 알지만 여러 규제를 극복하려면 도시 개발 측면에서 꽤 큰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