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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들끓는 인간의 욕망과 비극… 경기도극단 연극 '맥베스'

 

한태숙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의 '맥베스'가 무대에 올랐다. 한 감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그의 부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레이디 맥베스'를 선보이며 연극계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맥베스는 강렬한 비주얼과 날카롭고 깊은 호흡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내내 압도한다.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야망과 인간의 욕망, 그로 인해 비극으로 빠져들어 가는 인물의 내적 갈등과 고독을 그린다. 작품은 고전의 대사를 적절하게 배치하면서도 총과 헬리콥터 소리와 같은 동시대 모습을 반영했다.
 
한태숙 예술감독 연출, 전박찬 주연
강렬한 비주얼·날카롭고 깊은 호흡 '압도'
오는 1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서

한 감독은 맥베스의 큰 줄기 중 하나로 전쟁이라는 대명제 아래 '부패한 군대문화'를 꼽았다. 그는 "군대라는 사회와 세상, 그것을 보는 눈이 모여 힘 있지만 부패한 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도자의 부패한 사고와 장악력, 떨어지는 힘이 어떤 불행을 가지고 오는지를 커다랗게 그리고 싶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것을 넘어선 염원이 도가 지나치면 파멸을 가져온다는 사실이 이 극에서 더 강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감독의 말처럼 이번 작품의 배경은 전쟁 중에 인간성이 파괴된 사람들, 타락한 군인들의 세계이다. 군인들은 법으로 금지된 약에 취해 비틀거리고, 정의보단 욕망을 위해 총을 든다. 마녀들은 약초의 환각 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원초적인 욕망에 불을 붙인다. 레이디 맥베스 역시 그런 마녀들과 다르지 않았고, 맥베스는 그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악의 늪으로 발을 내디딘다.

그 과정에서 맥베스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닌 내면의 갈등 또는 욕망, 죄의식이 시각화된 장면은 인상적이다. 한 인간이 겪는 심리가 온통 붉은빛의 괴상한 모습을 한 형태로 보이는 것은 한 감독의 관점과 개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포인트이다.

동시대의 군대 모습이 그려지는 만큼 액션이 가미된 장면에도 많은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벤쿠오 역의 배우 윤재웅은 "무대에서 구현되는 훈련 장면에 허점이 보이지 않도록 상당한 연습을 했다"며 "대본이 완성되기 전부터 오랜 시간 훈련을 해오며 서로 간의 끈끈한 정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맥베스' 역할을 맡은 배우 전박찬은 기존에 보여진 '덩치 크고 무술에 능한 장군 맥베스'의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숨 막힐 듯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배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느껴진다. 또 그와 호흡을 맞춘 '레이디 맥베스'의 배우 성여진 역시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몰입도 높게 극을 이끌어간다. 전박찬은 "이 작품은 맥베스의 대사처럼 축복이면서 저주 어린, 환희이면서 악몽 같은 환영"이라며 "괴로운 세상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도극단의 연극 맥베스는 오는 1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