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인기 가수들이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암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연 티켓을 선점한 뒤 고액의 웃돈(프리미엄·이하 플미)을 붙여 재판매하는 이른바 ‘리셀러’(reseller)들이 다시 활개를 치면서다. 티켓 가격이 수십 배까지 부풀려 판매되는 데다, 사기 피해까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가요계에 따르면 콘서트를 앞둔 가수 아이유와 나훈아, 영탁, 성시경과 SM타운 등의 티켓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재판매되고 있다. 내한을 앞둔 가수 빌리 아일리시 공연도 마찬가지다. 인기 공연일수록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다.
다음 달 17~18일 열리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의 입장권은 80만 원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이번 공연 티켓 최고 가격은 VIP석 기준 16만 5000원이다. 재판매되는 티켓 가격은 정가 기준 약 5배 부풀린 금액이다. 이 티켓을 장 당 7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정가 16만 5000원인 나훈아 콘서트 입장권은 40만 원, 성시경의 ‘위드 프렌드 자, 오늘은’ 공연은 정가 13만 2000원보다 배가 넘는 32만 원으로 부풀려져 판매되고 있다.
암표 판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인기 가수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 행사에는 온라인 ‘플미 티켓’ 판매자가 따라붙는다.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좌석을 여러 개 확보하거나 취소 표를 잡는 방식으로 티켓을 선점한다. 이후 가격을 수십 배까지 부풀려 판매한다. 프리미엄 티켓만 거래하는 사이트도 따로 존재한다.
현행법상 온라인 티켓 재판매를 막을 법적 규범이 없어 처벌도 어렵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경기장 등에서 암표 매매를 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형을 받는다. 하지만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가수들도 직접 암표 잡기에 나섰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부정 티켓 거래 관련 방침을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소속사 측은 공식 판매처가 아닌 경로로 구매 취득한 티켓 중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하거나 프리미엄 티켓 거래 사이트와 개인 SNS 등에서 매매되는 티켓을 모두 부정 티켓으로 간주해 향후 아이유 공연의 영구 블랙리스트로 관리할 계획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