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연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다 대전예당과 연정국악원 등 그나마 제대로 된 공연시설은 두 세 곳 정도에 불과해 공연예술계가 대관 문제 등 골머리를 앓고 있어 15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건립 필요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26일 문화예술계 등에 따르면 전국 공연장은 1101곳 정도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제외하더라도 6개 광역시 중 대구는 69곳, 부산은 63곳이 있다.
반면 대전은 그 절반 수준인 34곳의 공연시설이 운영 중이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대전세종연구원 측도 "인구나 시설 수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대전의 공연장은 적다"고 말했다.
더욱이 1500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대구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포함해 총 7개의 공연장을, 부산은 국제아트센터를 포함한 5개의 대형공연장과 함께 1800석 규모의 부산오페라하우스를 건립 중이다.
이와 달리 대전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만이 1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규모 공연장으로 불린다.
대전연정국악원 관계자는 "수도권을 포함해 대구나 부산의 경우 15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 많이 있지만 대전은 공연장 자체도 부족한데다 1500석 이상 전문공연장이 예당 한 곳을 제외하고 없다"며 "세계적이며 수준 높은 공연을 기기획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기회 자체가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마저도 예당과 연정국악원을 제외하면 공연예술계 분야의 전문인력을 갖춘 제대로 된 공연시설이 없어 공연 콘셉트마다 음향 등 각종 공연 장치를 설치했다 치우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 공연장 가동률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 역시 활발한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이면에 공연시설 자체가 적어 '풀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웃픈 현실' 때문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실제 대전세종연구원 조사에서도 대전 공연장 가동률은 73.6%로 전국 평균 가동률(59.6%)을 웃도는 것은 물론 서울(73%), 부산(61.1%)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전예당과 연정국악원의 대관은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린지 오래다. 올해 대전예당 3차 수시대관 모집에 총 70건 이상이 몰려 '뜨거운 경쟁률'마저 보이고 있다. 연정국악원도 앞서 1차 수시대관 모집에 총 61건의 신청 중 46건이, 2차 모집에 72건 중 36건이 선정돼 2대 1 경쟁률을 보였다. 통상 요일별·월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평균 4대 1에서 최대 10대 1 경쟁률을 보인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 공연기획사 대표 A씨는 "공연장 수가 부족하다보니 이는 대관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실제 연간 의뢰가 들어오는 공연팀이 대략 20팀 정도 되는데, 이중 절반은 공연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년간 제대로 된 공연조차 펼쳐보지 못한 팀도 종종 있다"며 "지역에 뛰어난 공연·예술팀을 보유하고도 이를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없는 것이 개탄스럽다. 그래서 대규모 공연장 건립은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sohyun2115@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