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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단독] 강제 징용 원혼들 “뼛가루라도 고국에 묻히고 싶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4일 출범했다.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 왔다. 탄광에서 일하다 숨진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4명의 신원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들의 유골은 일본의 납골당에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유골은 유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서일본신문(후쿠오카)의 가네다 다이 기자가 본보로 기사를 보내왔다. 서일본신문은 〈부산일보〉의 자매지로, 가네다 기자는 2년 전 교환기자로 부산에서 1년간 근무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일본 기타큐슈시 ‘영생원’ 안치

조선 노동자 85명 중 넷 신원 확인

이 중 둘은 유족들 유골 인도 원해

한국 “선 사죄” 일본 “조건 없어야”

양국 인식 차이로 반환 교섭 난관

 

 

일제강점기 국가총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일본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유골이 일본 기타큐슈시 ‘영생원’에 잠들어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한국 정부의 협력을 받아 신원을 조사한 결과, 최근 4명의 본적지 등이 밝혀졌다. 특히 이 중 2명은 유족까지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배경에는 한·일 정부의 역사인식 차이가 있다. ‘선 사죄, 후 반환’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와 ‘조건 없는 반환’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가 맞서는 것이다. 이에 일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빨리 유족에게 보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생원에는 일본 후쿠오카현 지쿠호 지방의 절에서 옮겨온 조선인 85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영생원은 재일동포의 인권 문제와 싸워 온 고 최창화 목사가 1973년 애써 마련한 시설이다.

 

광복 후 70년 이상 지나면서 유골 반환을 위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020년 시민단체 ‘강제동원을 생각하는 모임’(후쿠오카현 이즈카시, 대표 우라베 아키오 대표)과 ‘무궁화의 모임’(후쿠오카현 이즈카시, 이사장 기류 준이치)이 조사한 결과, 납골 항아리 등에서 본적지가 적힌 종이나 낡은 사진이 들어 있는 게 밝혀졌다.

 

일본 지자체가 발행한 매장허가증과 화장허가증 등을 활용해 생년월일이나 직장 등을 정리한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중에서 국가총동원법이 시행된 1938~1945년에 사망한 13명에 대해 주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조회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2004년 국가총동원법에 의한 피해를 알아보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증거·증언을 바탕으로 피해자 리스트를 작성했다. 1991~1992년엔 일본 정부로부터 10만 7911명의 명단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이 명단을 시민단체가 작성해 준 리스트와 비교해 본 결과 4명의 신원이 밝혀진 것이다. 4명은 다 본적지가 전남인 남성으로,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에 있는 탄광에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명의 유족 중 2명의 유족과 연락이 닿았다. 이 유족들은 유골 반환을 원하고 있다.

유골 반환은 민간 차원에선 조금씩 실현되고 있었지만 유족이 일본을 오가는 비용이나 유골을 매장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양국 차원에서 근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환 교섭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 정부는 “반환하기 전 일본 정부의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일본 정부는 “조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맞서기 때문이다. 2004년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식으로 유골 반환을 요구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역사 인식 차이 등으로 정부 간 교섭을 통한 유골 반환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도쿄대 대학원 도노무라 마사루 교수(일본 근현대사 전공)는 “동원은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실시됐다. 일본 정부가 철저히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을 빚어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 내에서는 국가총동원법으로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서 일했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을 다 ‘강제연행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서일본신문 가네다 다이 기자 dai.kaneda@nishinippon-np.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