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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구의 5월도 기억해 주세요…광주 밖 5·18민주화운동 재조명

영남·계명·경북대 학생 중심 일 최대 1만3천여명 민주화운동 가두시위
비상계엄 후 244명 구금, 21명 구속… 뜨거웠던 5월의 대구
계명대 전국 최초 휴교령, 대구경북 유공자 77명, "5·18, 먼 광주 이야기 아냐"

 

"돌이켜보면 1980년 대구경북지역의 5월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세상이 올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민주화와 자유를 위한 싸움이 전국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제대로 밝혀 그 의미를 총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대구경북을 비롯해 '광주 밖의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김균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경상강원지부장은 77명의 5·18 유공자를 배출한 대구경북도 신군부와 맞서 싸운 역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자고 제언했다.

 

전국5·18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1980년 5월 14일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학생 1만3천여명이 계엄철폐, 신군부 퇴진, 언론자유 및 노동3권 보장 등을 외치며 대구시내 곳곳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많은 시민들도 대학생들에 호응해 동참했다.

 

시위대를 막아선 것은 경찰이 아닌 해병대, 육군을 비롯한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과 시민들을 포위하고 구타했다. 붙잡힌 이들은 대구시내 대공분실, 군부대 등을 오가며 심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증언한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신군부는 19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 후 대구경북 계엄분소에서만 244명을 체포해 예비검속(구금) 했고 이 중 21명은 구속돼 군부대나 민간교도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당시 계명대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김 지부장도 소요죄로 구속돼 2년 3개월 간 수감됐다. 그에게도 70일 이상 이어진 폭력과 가혹행위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만큼 선명히 남았다.

 

김 지부장은 "각종 도구를 이용한 무차별 구타와 고문, 물을 마시기는커녕 대소변마저 볼 수 없게 하는 악독한 조사과정에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무참히 짓밟혔다. 지역에도 고문 이후 우울증을 앓거나 마음의 상처로 은둔생활을 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어두컴컴한 지하에 들어가면 소름이 끼치고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치민다"고 했다.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했다. 출소 이후에도 짙게 새겨진 주홍글씨로 감시를 받는 등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거나 기존 직장을 잃는 아픔이 많았다.

 

대구경북 5·18 유공자들은 광주에서의 엄청난 피해에 비할 순 없지만 지역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비극이 함께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시민과 지역사회가 '대구의 5월'을 기억하고 자랑스러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김 지부장은 "5·18은 먼 광주의 얘기가 아니다. 계명대학교에 5월 14일 밤 전국 최초로 휴교령이 내려졌을 정도로 대구의 5월에도 치열한 민주화 투쟁이 있었고 아픔도 컸다. 대구의 자랑이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항쟁은 물론 5·18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제대로 밝혀내고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 5·18 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은 대구지법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4건을 진행중이다. 뒤늦게나마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생긴 부분이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경우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한 취지의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전국적으로 다수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