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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르포] 탈수·열사병에 눈앞이 아찔… 사람 잡는 극한 폭염

역대급 무더위에 온열환자 급증
17일까지 부울경 444명 신고
지난해 동기보다 121명 많아
폐지 줍는 노인·독거 노인 등
취약계층, 거의 무방비로 사투
배달·건설 노동자도 위험 노출

“더위에 답이 있습니까. 그냥 버티는 거죠.”

부산의 한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18일 오후 3시. 수영구 민락동 도로 한가운데서 신호를 기다리던 배달기사 전문영(56) 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검게 그을려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한 전 씨의 얼굴과 팔다리가 이번 여름 그가 온몸으로 받아낸 더위의 흔적이었다. 머리 위 꽂히는 볕을 막기 위해 헬멧 아래 머리를 감싼 수건이 그가 숨을 수 있는 유일한 그늘이다. 수건 한 장에 기대 전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없이 매일 10시간, 하루 평균 40건의 콜을 쳐낸다. 길에서 더위와 종일 씨름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도 일상다반사다. “운전 중에 눈앞이 깜깜하고 머리가 핑 돌아 급히 오토바이 센터를 찾아가 쉬어간 일도 많다. 추위는 막으면 되는데 더위는 막아지지도 않고 올해 더위는 끝나질 않아 특히나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울경에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사람도 가축도 폭염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끝나지 않는 찜통 더위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가축과 어류 폐사가 늘어나는 등 폭염과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신고된 부산·울산·경남 온열질환자는 총 444명(부산 97명·울산 75명·경남 27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3명보다 121명 늘어난 수치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총 7명(부산 1명·경남 6명)이다.

끝 모를 무더위에 가장 시름하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지난 13일 오전 울산시 남구 야음동에서는 더위에 지친 80대 독거노인 A 씨가 집에서 혼자 쓰러져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폭염 경보가 내려졌던 날로 A 씨는 탈수와 온열질환 증세로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속에도 생계를 놓을 수 없는 이들은 더위와 아슬아슬한 사투를 이어간다. 18일 오후 수영구 광안동 한 횟집 앞에서 폐지 더미를 실은 리어카에 소주병을 넣던 한순명(83) 씨는 얼굴이 온통 땀으로 젖어 땀이 앞을 가리는지 계속 눈을 깜빡거렸다.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폐지와 병 등을 줍는데 더위에 지쳐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는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게 그가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덥다고 쉬면 돈이 나옵니까. 더워도 별수 없지요.”

건설 현장 노동자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폭염에도 쉬지 않는 작업 공정에 쉴 새 없이 강도 높은 작업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열사병 증세를 달고 산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는 60대 건설현장 노동자가 열사병 증세로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역대급 무더위에 기업 현장에서는 폭염을 이겨낼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 중이다. 선박용 특수 밸브를 생산하는 부산 조선기자재업체 다흥은 ‘무제한 아이스크림’으로 폭염에 맞섰고, 건설사 경성리츠는 얼음물과 포도당 캔디를 상시 준비해 뒀다.

조선소 노동자들의 여름 나기는 더 힘겹다. 폭염 환경에서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무려 50도. 모처럼 맞은 수주 호황에 3년치 일감이 쌓인 데다 여름 집중휴가로 보름간 쉬었던 터라 일손을 놓을 수도 없다.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에어 재킷과 쿨링기 등으로 겨우 한숨을 돌린다.

사측도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은 올해 혹서기 대비 예산을 지난해보다 3배 늘렸다. 주 2∼3회 장어탕과 닭백숙, 돼지갈비찜 등 보양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빙기·정수기를 150m 간격으로 총 378대 배치했다. 사내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빙과·음료 쿠폰을 직영과 협력사 직원 모두에게 지급하고, 사업장 내 차광막 650개와 파라솔 300개도 설치했다. 또 이동식 휴게실을 선박 건조장 안에 넣어 휴식을 배려한다.

한편, 부산의 열대야 지속 기간은 역대 최장 기록을 매일 경신 중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부산의 열대야는 17일까지 24일째 이어지고 있다. 각각 20세기와 21세기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의 연속 열대야 21일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19일 밤부터 부산 지역 비 예보가 있지만 기상청은 열대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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