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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북극으로 가는 관문 노르웨이 트롬쇠

황금빛 태양이 지면, 초록빛 오로라 향연
눈으로 덮인 아기자기한 도시 북극 탐험 전진기지로 유명세

 

◆ 북극의 파리 트롬쇠

 

새벽 첫 버스로 로포텐제도의 땅끝 마을 오(Å)에서 출발하여 400km의 눈길을 8시간이상 달렸다. 노르웨이 북단 북위 69도에 위치한 인구 7만 명이 조금 넘는 작고 아담한 항구도시인 트롬쇠는 북극점에서 350㎞ 떨어져 있으며, 오래전부터 북극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졌다.

 

트롬쇠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방에 눈이 덮여 있는데도 또 내리고 있다. 걸어서 숙소로 향하는 동안 주위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민박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눈 덮인 세상 속 아기자기한 집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오전9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해가 지는 북반구 특유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트롬쇠에 머무르는 하루하루가 자연스레 행복으로 채워졌다. 트롬쇠는 눈 내린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북극에 가려면 바늘구멍 보다 좁은 극지방 전문탐사 팀에 합류해야 하지만 트롬쇠는 북극여행이 시작되는 곳으로 북극탐험을 기다리는 여행자를 설레이게 한다.

 

 

1900년대 초 인류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을 비롯해 많은 탐험가들이 이곳을 북극 탐험의 전진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유럽을 경유해 북극으로 가려는 탐험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트롬쇠 항구 앞에는 최초로 북극을 탐험한 로얄 아문센(Roald Amundsen)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동상은 그의 업적에 비해 평범하지만 결연한 모습으로 트롬쇠의 겨울바다를 보고 있다.

 

그의 뜻대로 이곳 트롬쇠는 지치지 않고 북극을 향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트롬쇠는 노르웨이에서 각국의 북극 연구기지로 들어가는 중간 경유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세기에는 북극 사냥의 중심지가 되면서부터 아름다운 도시와 세련된 사람들로 인해 북부의 파리로 불리기도 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 환상적인 트롬쇠의 랜드마크

 

트롬쇠 랜드마크의 첫 번째로 꼽히는 북극대성당은 1965년 콘크리트와 알루미늄으로 지은 정면의 십자가와 전체적인 조형미가 독특한 건물이다. 현대건축물인 북극대성당은 건축가 얀 인게 호빙(Jan Inge Hovig)이 자연을 모티브로 걸작을 만들었다. 빙하를 연상시키는 순백색의 삼각형 구조가 돋보인다.

 

여름 빛과 겨울 밤을 상징하는 빙산을 닮은 유리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건축물과 유리 패널로 만든 삼각형외관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리스도의 귀환이라는 유리 모자이크 창은 내부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흰옷 입은 예수가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가 대신 걸려 있다.

 

 

동쪽에 환상적인 유리모자이크는 빛의 세 광선을 출발하는 하나님의 손을 묘사하여 여행자들의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다. 건축학적으로 단순한 구조와 공간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의해 지배된다. 외부의 간단한 형상과 내부의 아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다.

 

인기 있는 트롬쇠 도서관은 시내 중심부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달걀모양의 건축물이다. 현대적인 건물로 유리벽과 독특한 건축물로 낮보다는 밤에 불이 켜지면 정말 예쁘다. 모든 층이 연결된 느낌으로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뀌게하며 그곳에서 바라본 트롬쇠의 풍경은 지친 여행자에게 위로와 평화를 준다.

 

 

해변에 있는 북극박물관은 1830년대 세관창고로 사용되었던 붉은색 건물간판에 바다코끼리가 그려진 통나무집이다. 아문센의 50주기를 기념해 1978년 문을 열었다. 북극박물관은 위험한 북극곰의 포획과 바다포유류 사냥뿐만 아니라 용감한 극지 탐험가의 탐험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자연사, 지질학, 문화 및 크리스마스 캐롤 등 자연, 인간 등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킨 흥미로운 트롬쇠 박물관, 기후변화, 우주 및 기상조건에 관한 많은 전시물을 보유한 과학박물관, 이 지역의 원시적이고 독특한 야생 동물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북극체험센터 폴라리아(Polaria)는 두꺼운 얼음이 넘어져 있는 것 같은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1877년에 개업한 세계최북단의 맥주회사 맥(Mack)증류소와 이 회사가 운영하는 외알렌(Ølhallen) 블루펍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펍으로 인기가 높으며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 오로라의 고향 트롬쇠 전망대

 

전망대로 향하는 피엘하이센(Fjellheisen)케이블카는 1961년 설치되어 해발421m 종점까지 4분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위쪽으로 가면 해발 1,238m에 달하는 장엄한 트롬쇠달스틴인덴(Tromsdalstinden)산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한밤의 태양을 볼 수 있으며, 겨울에는 오로라를 사냥하기에 좋은 장소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건너편에 얼핏 보이는 트롬쇠의 경치가 숨 막히게 한다. 탁 트인 전망과 끝없이 펼쳐진 섬, 피오르, 산, 바다를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보이는 트롬쇠는 설탕가루가 소복이 내려앉은 미니어처 같이 예쁘다. 전망대 뒤에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그곳을 통과해 나오면 하얀 눈 덮인 산이 펼쳐진다.

 

더 아슬아슬한 경치를 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 화창한 날에 놀라운 전망! 이곳에서 바라본 트롬쇠의 풍경 역시 잊을 수 없다. 낮에 올라 해지는 풍경과 야경 그리고 오로라까지. 환상적인 풍경에 추위마저 잊어버렸다. 트롬쇠의 낮과 밤의 풍경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아름다웠다. 북극해와 맞닿은 트롬쇠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 너머로 주변을 둘러싼 피오르들과 각양각색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도시 풍경이 장관을 이뤘다. 북극의 파리라 불리는 눈으로 덮인 아기자기한 도시와 피오르가 이뤄낸 경관엔 그저 넋이 나갈 수밖에 없다.

 

 

트롬쇠는 오로라 벨트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오로라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빛나고 그 별들이 쏟아질 것 같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별들에 빠져 있을 즈음, 'Nothern light!'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소리치자 일제히 그곳을 바라봤다. 초록빛인 오로라가 가슴을 벅차게 했다. 세상 끝 밤하늘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빛의 소나타.

 

초록색의 오로라가 파동을 치는 모습을 보며 북극을 향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북극탐험을 기다릴 수 있었다. 별빛보다 아름다운 오로라가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초록빛의 오로라가 산 위에서 하늘로 길게 뻗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로라는 춤을 춘다. 마치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중간 중간 핑크빛과 흰 오로라가 초록빛과 뒤섞여 형언할 수 없는 색과 모양을 그려낸다.

 

마치 녹색초록의 커튼이 하늘에서 펄럭이는 것 같았다. 온통 하늘을 뒤덮더니 이내 바로 앞에서 휘몰아치듯 춤춘다. 어둠을 가르고 피어난 오로라가 지친 여행자의 영혼을 밝히는 것 같았다. 북극탐험에 대한 일정으로 몸도 정신도 힘들었는데 영혼까지 그냥 싹 씻어버리고 싶을 때, 영혼의 샤워, 오로라! 그랬다. 이것저것 잴 게 없었다. 트롬쇠는 북극의 관문이자 여행자에게는 영혼을 씻어주는 여행지가 되었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