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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경주 왕릉 지키는 석상이 서역인?

경주박물관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특별전시 관람기

 

 

 

국립경주박물관 특별 전시관 입구를 듬직하게 지키고 서 있는 석상. 곱슬머리에 짧은 수염, 큼지막한 매부리코, 무엇보다 머리에 터번을 쓰고 있는 모습은 누가봐도 신라인으로는 보기 힘들다. 서역인으로 추정되는 이 석상은 경주 원성왕릉(괘릉)을 지키는 무인상이다. 경주 왕릉을 지키는 장수 모습이 왜 하필 서역인일까. 과연 서역인이 신라에 살면서 장군의 자리까지 꿰찼을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전시는 여러모로 '신라'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에서는 신라사회가 우리들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외래인과 외래 문물에 개방적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전시 기획 의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사회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국가와 인종,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성과 세계화는 현대에 국한될 것일까. 이번 전시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조효식 경주박물관 연구사는 "사람이 이동하고 만나면서 교류를 하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그렇게 공존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의 사고가 여전히 동아시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삼국시대, 특히 신라 유적 곳곳에서 서역인의 자취를 말해주는 유물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역인은 신라 토우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자그마한 토우 또한 머리엔 터번을, 몸에는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장옷을 입고 있어 고대 서아시아인을 연상시킨다. 경주 용강동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토용도 덥수룩한 턱수염과 유난히 큰 눈 등을 통해 서역인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파란빛의 유리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이 유리잔은 그릇 위쪽에는 수직의 줄무늬, 아래쪽엔 벌집 모양의 육각형이 표현돼 있다. 성분이 소다 유리로 확인됐다. 서양의 공예 기술이다. 이 유리잔은 지중해 지역에서 직접 반입됐다는 설과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고대시대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문헌자료의 절대적인 부족 등으로 이를 증명하진 못하지만, 삼국시대에 활발한 세계 교류가 있었을 거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 속에서 우리 고대 선조는 공존과 융합을 통해 동아시아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나아가 우리도 세계화 속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융합할 때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2건과 보물 6건 등 172건 253점을 전시돤다. 국보는 '황남대총 금목걸이'와 '구미 봉안동 금동보살입상'이다. ▷낯선 만남(1부) ▷스며들다(2부) ▷외연을 넓히다(3부) ▷다양성을 말하다(4부)로 구성됐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