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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

기다림 사이에 예술이 숨쉰다

 

우리가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구태여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버스정류장'은 미술관 외부 공간의 가장 바깥에 위치하며,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경계이자 도입부이다. 동시에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이 버스정류장을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담은 쉼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단순히 관습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물이 아닌, 미술관으로 가는 하나의 여정을 특별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대공원역·미술관 정·후문 정류장 단장
알루미늄 등 사용 주변환경 따라 변화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를 진행한 다이아거날 써츠(대표 건축가 김사라)는 대공원역, 미술관 정문·후문 등 모두 3곳의 정류장에 변화를 줬다.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function'이라는 주제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정류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작은 문처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하나의 입구가 됐다.

3곳의 정류장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조금씩 달랐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점인 대공원역은 성향이 제각각인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미술관 후문은 휴게공간으로 많이 활용되는 특징을 살려 쉴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면서도 하늘과 나무 등 주변의 환경을 볼 수 있게끔 유도했다. 미술관 정문은 내향적이면서 내부지향적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내려와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곳으로 예술에 대한 생각과 영감, 사유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조금 불편해도 자유롭게 사색하도록"
'향·음향 셔틀' 미지 세계로 가는 느낌

 


이 정류장들은 탄화목과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반사되는 특징을 통해 더욱 밝게 드러나고 주변환경과 계절에 따라 색상이 섞이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느새 버스정류장은 건축과 예술의 경계에서 안정감보다 다름을 인지하는 장소, 계속해서 질문하고 의식하는 공간, 낯설고 불편하지만 다른 경험을 주는 예술 쉼터로서 작동한다.

 

 

김사라 건축가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각을 이끌어내고, 여러 자세로 버스를 기다리며 자유롭게 사색하도록 했다"며 "미술관에 있기 때문에 허용되는 흥미로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은 정류장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셔틀버스를 타는 순간 마스크 속으로 신선하고도 그윽한 향이 파고든다. '경계의 시간'이라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조향 작품이다. 빼곡한 나무의 향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녹아드는 순간 귀에는 잔잔한 종소리와 울림이 들려온다.

장성건 작가의 '숲 속의 루프'라는 사운드는 소리가 끝없이 상승하는 듯한 착청을 만들어낸다. 이는 셰퍼드 톤으로 엔진 소음을 저감하는 노이즈 마스킹 효과를 내며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술관으로 가는 10분의 숲 속 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정한 힐링이다. 정류장과 버스,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짧지만 온전한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