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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의 신비의 북극을 가다] 아름다운 땅 끝 마을 오(Å)

알파벳 끝 글자 'Å'에서 따온 이름…어부의 집·보트하우스·기름증류소
수세기 노르웨이 어업인 삶 오롯이…유럽 最古 대구간유공장 지금도 운영

 

레이네에서 탄 버스가 하얀 세상을 달려가니 로포텐의 땅 끝 마을 '오'(Å)에 데려다 주었다. 버스 종점에 내리니 도로가 끝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듯이 끊긴 도로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노르웨이해와 그 위로 솟은 바위섬들이 보여주는 풍경은 TV와 교과서, 사진에서 보던 피오르 풍경 그 자체이다. 산 중턱까지 내려앉은 낮은 구름과 함께 보는 풍경이 마치 신선들의 세계에 온 것 같다.

 

 

◆ 유럽대륙의 길이 오(Å)마을에서 바다로 잠긴다

 

아름다운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의 땅 끝 마을이라고 불리는 서쪽 끝에 작은 마을 Å가 있다. Å는'오'라고 읽는다. 딱 한 글자의 이름 '오', 마을이름이 오(A)인 것은 노르웨이 알파벳의 가장 마지막 글자 Å에 서 따온 것이란다. 그러니 유럽 대륙이 바다로 잠기는 섬의 끝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던 건 대륙의 끝이라는 지형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매혹적이었던 건 단 한 글자 '오'라는 이름이다. '오'는 끝이자 시작인 셈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곳이다. 마을 진입로에 재미있는 "Å"표지판이 있다. 이 표지판을 몇 차례 도난당했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오'는 마치 세상의 끝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곳이다. 접근하기조차 힘든 암반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보행자용 다리로 연결돼 있다. 해안선에는 빨간색 로르부가 바다위로 올라와 늘어서 있다. 지난여름에는 이 작은 마을이 관광객으로 북적였지만 겨울에는 호젓한 분위기가 설경과 어우러진다. 피오르 안쪽에 형성된 오래된 어항과 마을은 고즈넉하기가 여름하고는 느낌이 색다르게 가슴을 울린다.

 

아름다운 마을의 버스 종점 주차장을 벗어나니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흐릿한 땅끝마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건물마다 창틀에서 새 둥지가 빼곡하다. 선착장과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니 마을의 로르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렇게 세상의 끝 같은 예쁜 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짐을 풀고 마을 구경을 나섰다. 매서운 눈보라속의 강풍과 힘겨운 자연조건에 부딪히며 도달한 '끝'이었기에, 그 '끝'이 꽤나 많은 생각과 감동을 던져 주고 있다. 끝난 길의 뒤로 조금 더 이어진 땅의 끝을 향해 걸어가 본다. 다행히 짙은 구름들은 흩어지고 파란 하늘빛이 조금 드러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드넓은 바다와 산자락, 마을이 빚어내는 풍경을 그저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머릿속에 저장하면 된다.

 

산자락 아래 자리한 마지막 마을 '오'에 갈매기가 날아든다. U자 형태로 구부러진 길목에서 건너다보이는'오'마을의 전통가옥들과 로르부들. 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나 지난여름의 바람이 시원했던 기억보다 차가웠던 느낌이 더 선하다.

 

 

◆ 오(Å)마을 전체가 어촌박물관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오 마을의 집들은 거의 대부분 박물관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래된 건물을 복원하여 작은 어촌마을을 여행자들이 찾고 싶은 매력 있는 마을로 바꾸어 놓았다. 조그만 광장을 중심으로 카페, 로르부, 박물관 등의 건물이 모여 있다. 다소 작은 박물관인 6개의 오래된 건물들은 생선기름증류소, 보트하우스, 어부오두막, 우체국 및 식료품점, 빵집과 1950년대 어부집들이다.

 

그림 같은 어촌마을 박물관은 수세기 동안 마을과 로포텐 어업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어업관련 비디오를 상영하고, 어촌 마을의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곳 어류산업시의 건물에 있는 오래된 배를 보며 보트 하우스를 즐겼다. 박물관 옆에 있는 붉은 낚시 오두막은 매우 포토제닉하다. 건어물박물관은 옛날 대구 잡이에 관련된 여러 어구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대부분은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곳이지만 현재는 로포텐의 전통적인 대구 잡이, 건조와 수출하기 위한 작업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마을 중심부 해변에 있는 어촌박물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간유를 만드는 공장으로 직접 생산품을 사거나 맛을 볼 수 있다. 대구간유 공장은 18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건물에서 대구 간을 삶아서 기름으로 만들었다. 박물관의 대구 간오일 공장에서는 오래된 생산 장비를 볼 수 있다. 대구 간오일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대구 간오일 램프와 함께 작은 병이 로포텐의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대구 간 오일은 실제로 유럽 전역에 걸쳐 램프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한 스킨, 페인트 및 비누의 제조 등에 사용되었다. 대구 간유는 수세기 동안 노르웨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 매년 여름, 수천 배럴의 대구 간 기름이 로포텐에서 베르겐으로 수송되었고, 유럽으로 더 멀리 이동했다.

 

베이커리는 1844년에 지어진 전형적인 박공 슬레이트지붕과 제국스타일로 역사적인 기념물로 등재되었다. 신선한 빵과 계피 롤은 매일 구입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옛날에 어떻게 빵을 구웠는지 볼 수 있다. 베이커리는 전통적인 오븐에서 최고의 계피 롤을 만든다. 꽤 오래된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이 있고, 빵을 만드는 영상이 나온다. 문 하나를 더 열고 들어서면 비로서 베이커리가 보인다. 큰 화덕으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퍼져 나오는 이곳에 빵 냄새가 가득하다.

 

 

◆ 물 반 고기반의 대구낚시

 

오래된 어촌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바닷물이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물고기와 바닥이 훤히 보인다. 수많은 보트와 어선이 수시로 들락거리는데 기름 한 방울 눈에 띄지 않는다. 생선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레스토랑은 생선스프와 대구의 혀로 만든 요리를 내 놓는데 훌륭한 보양식이다.

 

로포텐 사람들은 대구를 생계수단 그 이상으로 여겨왔다. 즉 로포텐은 대구 그 자체이다. 겨울 대구떼는 바렌해(Barents sea)에서 800km를 헤엄쳐 비교적 따뜻한 로포텐의 남쪽 바다와 피오르만으로 들어와 산란한다. 겨울철 대구잡이가 시작되면 피오르 바다는 어선이 수백 척씩 몰려온다. 대구가 너무 많아서 바다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란다. 극지의 대구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태평양대구보다 1.5배정도 크다. 명태도 대구의 일종으로 해덕 대구란다.

 

 

지난여름 친해진 어부를 찾아 겨울 낚시를 즐기고, 직접 잡아 올린 대구로 요리를 맛보고 싶어 낚시를 따라나섰다. 노르웨이인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칭하는 섬에서 배를 타고 그림 같은 풍경으로 들어간다. 30여분 파도를 헤치고 달려가서 3시간정도 낚시로 많은 고기를 잡았다. 선장이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다. 인조 미끼로 낚시를 드리우니 고등어가 먼저 잡혔다.

 

난생처음 바다낚시를 하는 여행자에게 설마 잡힐 줄은 몰랐다. 그냥 바닷가에 한번 낚싯대를 던져 보고 오리라는 생각이었는데 잘 잡혔다. 던지면 얼마 있지 않아서 1m가 넘는 대구가 걸려 나왔다. 정말 물 반 고기반이였다.

 

다국적 여행자들이라 잡은 대구를 손질할 줄을 몰랐다. 선장이 즉석에서 손질을 해 주기도 했지만 머리와 꼬리 그리고 내장은 당연 버리는 것이 아까웠다. 도저히 다 먹지 못하여 탐이 나도 어쩔 수 없다. 서투른 솜씨로 즉석에서 직접 회를 떠서 이방인과 먹고, 삶은 수육과 대구탕을 해 먹으며 선장에게 솜씨를 뽐냈다. 푸른 바다가 모두 담긴 풍경으로 여행자는 로포텐의'오'마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