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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가풍 잇는 ‘문중의 유물’ 역사 잇는 ‘현대의 손길’

경기문화재연구원 '소장품 보존 사업'

 

청풍김씨 청평군파 종손 김희덕(74)씨는 지난 2년간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문집과 벼루함, 연적 등 소장품 60여 점을 꺼내놓았다. 종택의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사업이 생기면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전쟁 등 많은 일을 겪으면서 소장품 상당 부분이 사라지거나 파손됐다. 남은 유물은 소중하게 보관해 왔지만 개인의 힘만으로는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 씨가 흔쾌히 연구원에 소장품을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문중의 소장품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은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과도한 주목을 받거나 도난 또는 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연구원의 이러한 도움이 고마웠다. 그는 "개인으로서는 상상못할 일을 해줬다. 소장품을 관리하고 정리하기가 한결 편해졌다"며 "특히 소장품에 대해 대화할 창구가 생겨 안심되고, 우리 같은 소장자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적외선 장비 등으로 재질·기법 파악
해충 피해 예방 훈증처리·복원 진행

 


경기도 내 종택의 소장품을 보존처리 해주는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지원 사업은 지난 202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다. 사업 첫해에는 8개 문중 403점의 소장품을, 코로나19의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에는 4개 문중 115점의 소장품을 보존처리 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종가의 장신구, 도자기, 목가구, 고서와 고문서 등 다양한 소장품이 연구원으로 오면 우선 사진을 촬영하고 상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엑스선 투과촬영 장치, 적외선 카메라, 적외선 분광기 등 분석 장비로 소장품이 가진 재질과 제작 기법 등 정보도 확인한다.

금속과 토기 같은 무기물과 종이, 섬유, 목재 같은 유기물로 나눠 보존처리 계획을 수립하고, 해충과 곰팡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훈증처리와 소장품의 훼손 정도에 따라 복원 등도 진행된다.

또 이러한 보존 처리가 끝나면 문중에서 안전하게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중성 재질의 보관 상자와 완충재로 포장해 전달하고, 보관에 필요한 주의사항 등도 안내한다.

이는 문화유산의 원형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돕는 것은 물론 종가의 소장품과 같은 도내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관리·조사·연구 등이 이뤄질 기회가 되고 있다.

비지정 문화재 조사·연구 기회 마련
유지 관리 힘든 개인에게는 '큰 도움'

 

 

 

김범준 경기문화재연구원 연구학예사는 "보존처리를 하면서 새로운 유물들도 많이 접하게 됐고, 관련 내용도 다시 조사하며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며 "문중에서는 소중한 유물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학예사는 이어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학술적 연구와 종가 문화유산을 알리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문중의 소장품은 문화유산으로서 미래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