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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상주 삼백(三白)길 70Km

쌀, 누에, 곶감의 터줏도시, 삼백의 상주
산, 강, 평원(MRT)의 자전거 1번지 도시, 상주
그 싱그러운 조화 속에서 만끽하는 두바퀴 여행

 

 

상주(尙州)에 왠 폭포? 진짜다. 제대로 된 폭포가 용틀임을 세차게 비튼다. 속리산 자락 천황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상주 화북땅, 장각계곡에 이르러 제법 그럴싸한 폭포수를 흩뿌린다. 높이가 6m 불과 하다지만, 폼새가 호쾌하다. 위쪽으로는 '금란정'이란 정자가 꽈리를 틀었다. 2002년 MBC '태양인 이제마'의 촬영지 이기도 하다. 바로 '장각폭포'다.

 

사진각을 잘 맞추면 그 폭포를 손바닥 위에 탁 올릴수도 있다. 자전거는 이곳의 시원한 물줄기 정기로 온몸을 감싸고 페달질을 시작한다. 상주땅의 본궤를 향해서 내달음을 시작한다. 잠시달려, 맥문동 솔밭 야영장을 스친다. 8월쯤 맥문동이 만개할 무렵 솔숲과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궁금증을 간직하고 용유계곡길을 따라 호사를 누린다.

 

이윽고, 슬쩍 오르막 초입에 이르자 호흡이 가빠온다. 백두대간의 갈령(葛領,445m)를 넘을 참이다. 상주땅 화북,화남을 잇는 49번 옛적 국도길이다. 아래로는 터널이 시원스레 질주하고 자전거는 삐질대고 땀을 쥐어짠다. 계곡의 물줄기가 그리워질 무렵, 남장사에 들어서는 초입에 다다른다. 노음산(728m) 좌,우로 상주의 사찰, 4장사가 펼쳐져 있다. 남장사,북장사,갑장사,승장사등 네개다.

 

 

◆역사와 자연이 어울린 상주

 

자전거는 이중 832년에 창건 되었다는 남장사의 오르막을 향해서 오른다. 세월에 빛바랜 나선 문형의 일주문을 지나고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뚫고서 노악산쪽으로 난 숲길 오르막을 숨 가쁘게 오른다. 약9키로에 이르는 임도길이다. 힘들다지만 계곡 숲에서 뿜어내는 향내음이 오히려 눈동자를 초롱초롱하게 만든다. 약30여키로 이상 달렸을까, 상주를 가로지르는 북천에 이르자 건너편쪽으로 유서깊은 기념관을 마주한다.

 

바로, 이름도 다소 생경한 '상주 임난 북천 전적지'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쳐올라오는 17,000여명의 왜군에 맞서서 약900여명의 관군과 농민으로 구성된 의병이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호국의 얼이 숨쉬는 기념관이다. 그 기념관 위쪽으로 무명 열사들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가 상주 시가지를 한눈에 감시하고 있다. 선조들의 패기와 충절이 물씬 가슴속에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거칠것 없는 낭만 주행이다. 상주시를 관통하는 샛강 북천 강변 자전거길을 따라 낙동강1,300리 물줄기의 초입인 상주 관광지의 꽃인 경천대로 향한다. 이내, 왜 상주가 자전거의 도시인지를 웅변하는 광경들에 맞닥 뜨린다. 북천변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아름드리 가로수 터널속으로 자전거 행렬이 들어선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을 찍듯 자전거 행렬과 가로수 터널은 한폭의 수채화를 뿌린다. "아, 이를 어째..." 달리 형언할 말을 찾지못해 안절부절이다. 환상길이다.

 

그 푸근한 환상길속에서 두발은 페달질 하면서 저마다의 감동을 내뱉기 바쁘다. 맹세컨대, 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꼭 다시 찾으리라! 그리고 그속에서 딱 자전거를 멈추고 허벌렁 대자로 온몸으로 환희를 만끽하리라. 이게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이다. 환상적인 터널길의 몽환에서 벗어나자 숨 돌릴틈도 없이 이제는 낙동강 천변의 갈대와 야생화 군락이 끝간데 없이 나부낀다. 자전거는 더욱 신바람이 난다. 양다리의 근육은 당기고, 엉덩이도 욱신대고, 숨소리도 제법 거칠어 지지만 그 까짓것 무어 대수랴! 두바퀴의 페달질에 오히려 힘이 붙고 미소가 터져 나온다.

 

 

◆상주, 자전거 1번지, 그 위용을 뽐내다

 

야생화속의 강변길을 제법 달렸을까.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강변 자전거길의 푯말은 도남서원을 또렷이 나타낸다. 약4키로 남짓이 남았단다. 영남의 으뜸서원이라고 이름높은 '도남서원'은 상주시 도남에 위치한다. 낙동강 줄기의 초입에 자리잡은 잘 생긴 헌액사원이다. 1606년에 건립 되었다. 정몽주,김굉필,정여창,이언적,이황등 9현을 봉헌한다.

 

배움의 중심 터전인 강학당 위로 올라서면 낙동강 정맥이 한눈에 탁 들어온다. 그냥, 멍하니 쳐다만 봐도 정신이 맑아옴을 느낀다. 이 도남서원은 상주 관광의 출발,종착점 역할을 오롯이 한다. 이곳을 시작점으로 해서 경천섬,경천대를 좌우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면 다 저마다의 루트가 만들어진다. 경천섬을 도는 4개의 둘레길 코스, 상주 mtb 대회 코스, 상주보등 낙동강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코스등 이음 통로길이다.

 

여기서부터 조금만 오르면 상주 자전거 박물관에 도착한다. 전국 유일의 자전거 박물관이다. 다양한 역사와 희귀한 자전거등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왜 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알려졌는지 그 유래도 잘 녹여져 있다. 일제의 억압이 한창이던 1925년, 상주역 개통 기념으로 '제1회 조선8도 자전거 대회'가 이곳 상주에서 개최 되었다.

 

일본인, 조선인들 모두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800m~10,000m등 여러 종목에서 조선의 자존심 자전거왕 엄복동과 상주 출신인 박상현이 출전했다. 왜인들이 엄복동을 견제하는 틈을 타서 상주 출신인 박상현이 우승을 거머 쥔것이다. 억압과 울분에 젖어있던 조선인들의 자존심이 회복 되었고 덩달아 상주의 위상도 한껏 올라갔다.

 

당시만해도 고가라 쉽사리 살수 없었던 자전거를 풍부한 쌀농사, 누에고치등의 수입으로 주머니가 넉넉했던 상주 사람들은 집집마다 하나씩 장만하곤 했다. 유서깊은 자전거 전통이다. 지금도 열 가구 중 일곱 여덟 가구는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고 자전거가 담당하는 교통 분담율이 13%에 이른다 하니 놀라운 자전거 사랑이다. 그 만큼 자전거길 인프라도 충분하다. 박물관 앞에서 힘차게 화이팅을 외치고 다리를 가로질러 회상 나루터쪽 경천대로 향한다.

 

 

◆상주 관광의 중심지, 경천대 경천섬

 

상주의 경천대 관광지의 위용은 거창하다. 가운데 20만평이나 되는 경천섬을 앞뒤로 범월교와 395m에 달하는 낙강교가 잇는다. 그 아래 낙동강 물줄기 방향으로 상주보가 거대하게 위세를 자랑하고, 그 주변으로 935m에 이르는 수상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옛적 낙동강변을 오가던 나룻배들의 쉼터가 되었던 회상 나루터는 주막촌,객주촌,문학촌 또 영화 세트장으로 아기자기하게 저마다의 얘기 거리들을 펼쳐 보인다.

 

회상 나루터 위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학 전망대를 거쳐 해발 230m의 비봉산이 휘돌아 감싸고 있다. 230m의 낮은 높이라고 무시할 바는 전혀 못된다. 그 산길을 따라서 이어진 길들이 꽤나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긴장감을 연출한다. 먼발치서 보면 비봉산 중턱 위에 자그마한 산사가 자리한다. 바로 청룡사이다. 경천대가 한눈에 내다봐는 화룡점정의 자리에 터 잡았다.

 

그 뒤쪽으로 난 산길을 조금만 오르면 경천대의 더넓은 광경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대에 닿을수 있다. 제1전망대, 제2전망대이다. 이곳이 선사하는 경관을 한눈에 담는 것은 사실 불가하다. 낙동강, 수상데크길, 낙강교 현수교, 경천섬등 경천대 모두를 다 담을 건방진 욕심은 일치감치 버리는게 낫다. 결국, 휴대폰의 파노라마뷰나 카메라의 광각렌즈 기능을 한껏 살려 담으려 애써본다.

 

경천대로 이어진 이 모든 코스는 왠종일 즐겨도 모자란다. 이 멋진곳을 한바퀴 도는 자전거 대회가 매년 열린다. 약35Km에 이르는 상주mtb 자전거 대회다. 짧은 거리라고 무시할 바는 전혀 못된다. 오르락 내리락, 때로는 한쪽켠에 가파른 절벽도 마주하고, 또 툭 터인 낙동강을 즐기며 유유히 달릴수도 있다. 이래 저래, 경천대의 하루는 서서히 저물어 간다. 눈앞에 펼쳐진 저 파노라마를 꼭꼭 새겨 넣는다.

 

 

◆삼백의 도시에 자전거를 더한다. 사백점 도시 상주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도 성에 차지 않으면 회상 나루터 갈림길에서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곤, 빛바랜 상주 활공장이라고 쓰여진 푯말을 따라서 페달질 한다. 바로 상주 덕암산 정상에 위치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가는길이다. 해발328m 정도로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지만 제법 힘 좀 쓰면서 호흡을 가다 듬어야 한다. 단양의 활공장, 문경의 단산 활공장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고 나즈막 하지만 경천대 옆으로 비봉산, 노악산등 산세들과 시원함이 그만이다. 자전거로 왕복 하는데 약1시간 정도 소요된다.

 

 

상주의 자전거길은 아무렇게나 조합이 가능하다. 여유가 있다면 속리산 밑자락에서 시작하여 경천대로 와도 좋다. 여유가 없다면 도남서원을 기점으로 여러갈래로 선긋기를 해도 좋다. 강변길의 낭만을 즐겨도 그만이고, 비봉산, 덕암산등 산길을 엮어도 좋다. 여차하면 낙동강변 자전거길로 질주해도 좋다. 사통팔방 자전거로 엮어진 상주다. 초급자도 상급자도 누구라도 다 받아줄만큼 넉넉하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도시다. 삼백(三百)점 도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 자전거를 덧셈한다. 상주의 자랑은 네가지로 늘어난다. 사백(四百)점의 도시다. 봄기운이 다시 스물스물 피어오를때 기필코 꼭 상주 자전거길로 갈거다.

 

이제 천년 고도 경주로 가볼까?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