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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가요 속 강원도]이 땅에 묻힌 어린 무명용사들의 넋 기려

화천 비목공원

 

 

한국전쟁 아픔담은 한명희 詩
장일남 작곡가가 곡붙여 탄생
녹슨철모·돌무덤서 시상얻어
고통·비장함·그리움 등 그려
당시 ‘국민 애창곡' 자리잡아
1995년 평화의댐에 공원조성
비목문화제 개최 의미 되새겨


비목(碑木). 1967년 장일남 작곡가가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의 시에 곡을 붙이면서 만들어진 가곡이다.

시인인 한명희 전 원장이 6·25 한국전쟁 때 전투가 치열했던 화천 백암산 일원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보고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을 기리기 위해 시를 지었다.

이 시를 장일남 작곡가에게 보여주자 즉석에서 노래로 만들었다. 그만큼 노랫말의 임팩트가 강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가사 속 고통의 순간과 함께 비장미가 느껴진다. 적막함으로 인한 두려움과 전쟁으로 시작된 비참한 현실, 그 속에서도 싹트는 그리움의 감정…. 비통함을 담은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서정적인 울림으로 승화된다.

잠시 시간을 6·25 전쟁으로 돌려본다. 여리고 여린, 어머니 품에서 갓 떠났을 장병들은 숱한 죽음의 순간을 마주하며 얼마나 두려웠을까. 외로움에 사무쳐야만 했을까. 내일 죽음이 닥쳤을지라도 오늘 부모에게 ‘전 상서'라는 제목의 편지로 안부인사를 전한다.

치열한 전투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의 죽음은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행여나 전우의 죽음이 잊힐까, 돌을 쌓아 그의 무덤을 알리고 변변한 묘비도 없이 포탄에 스러진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어 무덤 앞에 꽂는 것으로 장례식을 대신한다. 그 어떤 장엄한 레퀴엠도 이보다 숭고할 수 없다.

전쟁의 여운과 산골의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곡은 아픈 역사를 딛고 무명용사의 희생을 상징하는 노래 이상의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다.

고교 음악 교과서에 실릴 정도였다. 1995년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 댐에 비목공원이 조성되면서 젊은 넋을 기린다. 1996년부터 현충일을 전후해 비목공원에서 비목문화제를 열고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고통이 엄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를 되새긴다.

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