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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공연리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뜻밖의 무대 사고가 남긴 '아쉬움'

뮤지컬 주요 장면에서 연이은 음향 사고
하이라이트 장면 아크로바틱 무대 압권도 실종
중간 중간 끊기는 사고 속에서도 배우들은 열연

 

 

배우 리샤르 샤레스트가 말한 것처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한국의 '러브스토리'가 시작된 지도 17년이 됐다. 그만큼 이 뮤지컬 자체를 애정하는 팬들도 상당하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지난해 내한 때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부침을 겪다 결국 2주나 앞당겨 막을 내렸었다. 끝내 아쉬움을 참지 못하며 "다시 만나요"란 말을 전한 배우들, 최고의 댄서들과 헤어진 지 1년 만에 그들은 약속을 지키듯 다시 한국을 찾았다.

공연은 늘 그렇듯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화려한 볼거리, 한 곡도 놓칠 수 없는 넘버부터 절절하면서 아프고, 순수해서 아름다운 콰지모도의 마지막 절규와 함께 가슴 깊이 남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이 열린 지난 3주간의 유료 객석점유율이 99%였다는 수치가 이를 입증해준다.

한차례 공연 중단 등 잇단 음향 문제 발생
우려에도 각자 열창·열연해 준 배우들
관계자측 개별적인 후속조치 공지 방침

 


하지만 지난 5일 있었던 마지막 공연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대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기적의 궁전'이었다. 구조물을 타고 시원한 고음을 내뿜는 클로팽의 넘버가 절정을 향할 때 음향이 끊기기 시작했다. 클로팽 역의 제이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역대급의 실력을 보여주는 와중에 음향은 또 한 번 끊겼다. 관객들이 엄청난 박수로 힘을 실어줬지만 이후 '페뷔스란 이름'에서 결국 공연은 중단됐다.

시간이 흐르고 공연은 재개됐으나, 1막의 피날레인 '숙명이여'에서 다시 음향이 끊기며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는 공연 관계자 측의 해명이 무색해졌다.

얼렁뚱땅 2막으로 넘어갔지만 사고는 또 한 번 벌어졌다.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성당의 종들'은 종 위에 매달려 흔드는 아크로바틱 무대가 압권인데, 갑자기 이상함을 느낀 댄서들이 종에서 내려왔고 결국 콰지모도가 홀로 장면을 마무리했다. 그때부터 관객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과연 이 공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라고.

그 와중에도 배우들의 열연은 빛이 났다.

음악이 끊긴 타이밍에 온 힘을 다해 넘버를 열창하는 제이, 한차례 공연이 중단돼 감정선과 극의 흐름이 우려됐음에도 이를 노련하게 잘 이끌어간 리샤르, 종을 쳐주는 이들이 없어 덩그러니 매달려있는 종 아래에서 열연한 안젤로 등.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을 보니 고맙기도 하고 더욱 마음이 쓰였다.

공연 관계자 측은 문제가 된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아 논란을 부추겼다. 그들은 항의하는 관객들에게 소비자보호원과 공정위에 문의해 법적인 절차대로 처리한 뒤 개별적으로 후속 조치에 대한 공지를 하겠다고 현장에서 밝혔다.

마지막 공연을 이렇게 끝냈다는 일련의 상황에서도 관객들이 또다시 이 공연을 찾아야 한다면 그 이유는 '노트르담 드 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팬심을 가득 담아 바람을 전하자면 상처받은 서울 '막공'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그것과는 별개로 대구와 부산에서 이어질 남은 공연들은 마지막까지 무사히 관객을 만날 수 있길.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