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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르포] "일당 덜 받아도 되는데…" 절실함 가득한 새벽 인력시장

새벽 대구 인력시장서 만난 시민들 "일감 몰리는 막바지 9월이지만 일감 없어"
장마 탓에 공사일 안 들어와 "일거리 없으면 겨울 못 버텨"
사무소 몫 임금 10% 수수료 더 내고서라도 일하려 애써

 

"일당 9만원만 받아도 되는데…. 오늘도 헛탕이네!"

 

8일 오전 6시쯤 대구 원대신시장 인근에서 만난 박모(66) 씨는 하루 일감을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이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오늘은 틀렸다고 봐야 한다"며 "일주일 중에 사흘 정도라도 일 할 수 있으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날 인근 A인력사무소엔 첫 배정을 받기 전까지 모두 25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찾아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전 6시 30분까지 단 6명의 이름만 불렸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1년 중 이 시기가 그나마 인력 요청이 많은 편인데, 장마 탓에 공사일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6명 정도면 그나마 많이 소개한 것"이라면서 "공친 사람들은 아쉬워서 일당을 덜 받아도 되니까 제발 현장에 보내달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도 절실한 상황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선뜻 받아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일감이 몰리는 막바지 기간인 9월,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힘겹다. 업계에 따르면 목수·용접공 등 기술직 일당은 15만~20만원, 공사현장에서 힘을 써야 하는 작업은 13만~15만원, 잡부는 12만원 안팎을 받는다고 한다.

 

법적으로 인력사무소는 노동을 사용한 회사 측으로부터 임금의 10%까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력사무소는 영세한 특성 탓에 수수료를 일용직 근로자에게 청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엔 이런 일자리마저 없다 보니 이 수수료를 훨씬 더 내고서라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15년째 인력시장을 다닌다는 신모(68) 씨는 "우리는 '하루살이'로 불린다.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서 술만 마시느니 일하고 10만원이라도 받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에선 아파트 공사현장을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이들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다. 아파트 건축 공사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현장의 경우, 대부분 하청기업 소속 직원이 잡부 등 일용직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찾는 곳은 일반주택·소규모 빌딩 등 건설 현장이다. 일용직 근로자 유모(48) 씨는 "대구엔 아파트 신축공사·재개발 현장이 많지만, 그쪽에서 일하는 일용직들은 대부분 업체에 소속된 외지인"이라면서 "우린 대부분 개인 단위의 작은 공사나 소형 빌라·주택 공사 등 건축·철거작업에 투입된다"고 했다.

 

관문시장 인근 등에선 농번기를 맞아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메울 인력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오전 5시가 되면 승합차가 대기하면서 인부들을 싣는다. 10여 명이 탈 수 있는 승합차는 인부 20여 명을 태우고 경북 안동·예천 등지로 간다.

 

코로나19 감염에 사고 위험까지 무릅쓰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장 한 푼이 아쉽기 때문. 박모(70) 씨는 "화장실도 못 가고 좁은 상태로 2시간을 꼬박 달린다. 오는 겨울을 버티려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정말 무서운 건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bsj@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