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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창간 71주년] 지역경제 부흥 이끌 금융허브 재건 목소리 커져

<지방은행 설립 힘 모으자>
충청은행,IMF 위기때 퇴출
충남도, 올초부터 설립 추진
지자체별 온도차 극복 과제

 

대전·충청을 주무대로 하면서 권역내 산업·경제 부흥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방은행'을 재건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충청을 위해, 충청의 힘으로, 충청에 뿌리를 둔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데 원론적으로라도 공감한다면 충청의 오랜 회의적 기질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분열의 대오를 하나의 깃발 아래 불러 모아 이끌고 나아가야 할 때다. 당위에 가까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론은 충청에 기반을 둔 여야 정치권과 충청의 각 지자체에 치열한 각성과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충청권 금융허브 '충청은행'은 1967년 1월 경제개발계획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지역자본의 집대성, 내자(內資) 동원의 극대화'를 명분으로 전국적인 지방은행 설치를 본격화하면서 1968년 4월 지역 상공인과 경제계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 그리고 부산은행에 이어 전국 세 번째 지방은행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내세워 충청은행과 대동·동남·동화·경기은행 등 5개 은행의 퇴출을 결정한다. 총자산 4조 8893억 원에 직원 1765명을 거느리고 있던 대전·충청의 대표은행 충청은행은 그렇게 불과 30년 만에 환란의 격랑 속으로 휩쓸려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대전·충청권에서 지방은행 재건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10년 전인 민선 5기 시절이다. 당시 염홍철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역경제 선순환 체제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가장 주도적이던 대전시는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비율이 대전·충남 43%로 지방은행 소재지역인 부산(53.3%), 대구·경북(60%), 울산·경남(58.9) 등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설파했지만 지역간 이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10년 만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에 다시 불을 댕긴 건 충남도다. 올초부터 내부적으로 지방은행 논의를 시작한 충남도는 6월 국내 금융산업의 중심 서울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상징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충남도는 지방은행 부재가 지역 금융경제 낙후, 지역자금 역외유출, 금융의 수도권 집중과 금융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충남의 역외 소득유출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 지역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충남의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은 마이너스 25조 원으로 전국 최고다. 지역총소득(총본원소득)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을 뺀 것으로 이 값이 음수라는 건 소득이 순유출됐다는 뜻이다. 충북도 마이너스 13조 원에 달한다.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김종훈 당시 민중당 의원실이 낸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의 지역자금 역외유출 비율은 GRDP 대비 20.1%로 대전(41.3%)은 그 2배가 넘었다.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방은행이 건재한 대구는 2.6%에 지나지 않았다.

 

충청권역의 부진한 자금흐름과 함께 민의도 지방은행 재창조로 모아지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 6월 대전·세종·충남·충북 충청권 4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8.4%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서민 계층 지원(33.7%),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개발사업 추진(24.9%), 지역 중소기업 육성·지원(20.8%), 지역사회 봉사와 공헌활동(15.1%)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지방은행의 존립 근거·명분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충청 지자체별로 확연한 온도차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적극적 의지로 평가하자면 선봉에 선 충남도, 뜨뜻미지근한 대전시, 세종시, 충북도 순으로 갈라진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자체의 순서만 달라졌을 뿐 지방은행을 바라보는 편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이슈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중앙정부에 예속된 현재의 지방자치단체를 탈피해 독립적인 지방정부로 도약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경제 부문 자립 없이는 사실상 불가하다"면서 "그런데도 충청권 각 지자체들은 각자의 특수한 경제적 여건이나 지역 정서 등에 숨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실무적 각론으로는 지방은행 설립까지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환경에선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의 지방은행을 복합적으로 설계할 여지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관건은 각 지자체와 경제계가 충청 시·도민들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서는가 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starrykite@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