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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시대·분야 초월한 명작에 감탄사만… 이름값 증명한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21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 공개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등 국보·보물 포함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주요작품 망라

 

올 상반기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을 통해 21일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이미 오픈된 관람 예약이 다 찼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들로 엄선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선보이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기증품으로 채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보물 28건을 포함한 45건 77점의 기증품이 공개됐는데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전 시기와 전 분야를 망라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한눈에 봐도 화려하고 섬세한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과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보살상(보물 제780호)'을 포함한 삼국시대 금동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쪽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말년에 부유하고 넉넉한 삶을 살았던 정선의 그림과 생활고를 겪으며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았던 김홍도의 그림이 대조를 이룬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빠르고 거칠게 그리기로 유명한 정선이 인왕산 구석구석을 애정을 갖고 그린 그림으로 7월 이맘때의 인왕산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불화 2점도 눈길을 끈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와 '수월관음도'는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데, 육안으로는 자세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박물관은 고려불화의 적외선 X선 촬영 사진을 터치스크린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X선 사진에서는 불화의 채색 방식과 먹으로 그린 밑그림까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 밖에도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와 조선백자인 '백자 청화 산수 무늬 병(보물 제1390호)',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십장생도 10폭 병풍' 등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측은 "이미 알려진 작품들이 많은 만큼 명품답게 전시하고자 했다"며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명품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전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920~1970년까지 제작된 근대작품을 중심으로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수용과 변화'에서는 백남순의 '낙원'과 이상범의 '무릉도원' 등 일제 강점기 이후 변화를 모색한 서화작품이 전시돼 있다. 낙원은 해방 이전에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림이며, 전통적인 주제와 표현기법을 가지면서도 사실적인 공간감을 나타낸 무릉도원은 이상향을 향한 꿈이 담긴 작품으로 흥미를 끈다.

 

 

'개성의 발현'에서는 광복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기에서도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간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대 미술의 바탕을 이룬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욱진의 '나룻배'는 작가가 소중하게 여긴 작품으로 어릴 적 본 강나루 장면을 '소녀'라는 작품의 뒷면에 그렸다. 이중섭의 붉은색이 강렬한 '황소'는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던 작품으로 현존하는 붉은 황소 머리 작품 4점 중 하나이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과 함께 항아리를 가진 반라의 여인들, 사슴, 꽃장수의 수레 등 김환기가 즐겨 사용한 모티브들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마지막 '정착과 모색'에서는 해외 유학을 통해 작품세계를 완성한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는 당시 아이들과 떨어져 있었던 작가의 마음을 붓 터치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새겨놓은 작품으로 이 시기의 이성자 작품을 소장하게 된 미술관 측이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또 권옥연의 '양지'와 박항섭의 '가을' 등 학예사들이 연구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들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관객의 입장에서 힐링과 치유, 감동과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기증품의 등재와 검수, 연구를 거쳐서 지역 순회전과 해외 미술관까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