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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전북사의 과제] ① 후백제사

역사문화특별법 시행…전북 고대사 역사적 실체 규명 과제
백제, 가야문화권 이어 마한·후백제 문화권 포함 필요성 대두
후백제 동고산성 등 전북 7개 산성 시기비정, 기능 규명 과제
전주 물왕멀, 동고산성, 인봉리 등 왕궁 위치도 견해 갈려

 

2021년 6월 10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북 고대사의 역사적 실체 규명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6개 문화권으로 구분한 뒤, 국가가 이 권역에 맞춰 보존, 관리, 발굴, 복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북은 백제와 가야문화권이 포함됐다. 그러나 관련 문화권 유물의 시기비정, 도성의 정확한 위치파악, 백제사에서 익산이 차지했던 위상규명 등이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법에 포함되지 않은 마한문화권의 심사통과 여부도 과제로 거론된다. 전주가 ‘후백제의 왕도(王都)’로서 역사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 후백제 문화권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법에 포함될 필요성이 제기됐던 문화권부터 과제를 짚어본다.

 

문헌사료에 나타난 후백제 왕도 후백제의 사료는 <삼국사기> 열전 견훤전, <삼국유사> 후백제 견훤전에 제한적으로 드러난다.

이들 사료에 따르면, 견훤은 900년 나라의 도읍을 완산(전주)에 정하고 후백제 왕이라 칭했다. 관부(官府)도 설치했으며 직책까지 나눴다. 영토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주의 인구 확충을 위해 신라 등에서 노획한 포로들을 옮겼으며, 백제 부흥을 선언할 때 고조선-마한-백제 계승의식을 드러냈다. 이외에는 견훤과 관련한 설화와 평가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완산지>에는 토성과 왕궁 등 전주에 존재한 도성관련 시설의 존재가 드러난다. 사료는 도성 고을의 방향, 읍성(邑城)을 쌓을 때 사용한 석재, 궁터, 도성의 규모와 방어체계, 도시 구조 등을 보여준다. 다만 정확한 위치가 제시되지 않아 학계에서 계속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7개 산성의 시기비정과 기능문제

도내에서 후백제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주목되는 산성은 전주 동고산성, 익산토성(오금산성, 보덕성), 익산 미륵산성, 정읍 고사부리성, 임실 월평리 산성, 장수 침령산성, 장수 합미산성이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군산대학교 박물관 등이 이들 산성을 중심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9세기~10세기경 토기, 수막새, 집수시설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전주 동고산성을 제외하고는 후백제의 특징을 찾기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 성은 1991년부터 총 8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13개 건물터, 25동 건물지가 있던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주 건물터에서 출토된 수막새와 암막새에 새겨진 ‘全州城(전주성)’ 글자는 이곳이 견훤이 쌓은 산성이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도 거론된다.

반면 ‘전주성’글자만 두고 후백제의 성으로 확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정석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전주시가 개최한 ‘후백제전주성(동고산성) 국가지정 승격 학술대회에서“성돌이 크고 돌출된 것을 봤을 때 익성(翼城)의 최초사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익성은 대몽항쟁기에 처음 출현한 성으로 춘천 삼악산성 내성, 원주 영원산성, 충주 대림산성, 속초 권금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동고산성 일대를 왕궁하는 비정사흔 설과 배후를 방어하는 방어성으로 보는 견해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왕궁터 위치비정문제

후백제 왕궁위치와 관련해서는 고토성, 물왕멀 일대, 동고산성, 전주부성, 인봉리 일대 등 연구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1940년 간행된 ‘전주부사’에서는 물왕멀(현재 중노송동) 일대를 궁성지로 꼽았다. 근거는 기와·자기편·왕성 초석 등을 내세웠다.

고(故) 전영래 원광대 교수는 1980년 동고산성 개괄 조사를 통해 발굴한 ‘全州城(전주성)’ 명문이 새겨진 암막새, 84.2m×14.1m의 대형 건물터 등을 근거로 이곳을 왕궁지로 주장했다.

성정용 충북대 교수는 전주부사의 견해를 토대로 풍남문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지점을 왕궁지로 추정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이전 KBS가 있던 자리인 거북바위를 주목, 전주왕도에 사령(四靈) 수호개념(기린·용·거북·봉황)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에 맞춰 동고산성 일대를 궁성지로 추정했다.

조 교수는 “기존에 전주 왕궁과 도성유적을 확인하기 위한 기존 연구는 단편적 편린만 보여줄 뿐, 아직 구체화된 성과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이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조사연구가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산에 있는 견훤왕릉에 대한 공간적 내용적 포섭문제를 두고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성 전주교대 교수는 통일신라 시대에 있던 격자형 도로, 전라감영 등을 통해 유추한 통일신라 시대의 행정치소 등을 근거로 궁성을 전주 천변인근의 평탄지대로 봤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중노송동 인봉리와 문화촌 일대에 왕성을 두른 궁성 혹은 왕성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으며, 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뒤쪽의 토축을 궁성의 서벽으로 제시했다.

차상민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주무관(전 전라문화유산원)은 “후백제의 성곽시설은 도시구조 변화과정에서 일부 흔적만 남고 대부분이 멸실된 상태”라며 “고대도시 구조라는 시각을 전제로 왕실사찰, 왕궁, 도성유적, 왕릉, 유적의 위치를 연계해서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세희 saehee0127@jj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