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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픽사 한국인 실력파 애니메이터, 여름 동화 ‘루카’ 그려내다

 

청량한 바닷속 세상과 형형색색 뭉게구름, 낭만적인 마을의 풍경까지… 오는 17일 개봉하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루카’는 이탈리아 북서부의 풍광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동화 같은 색감으로 빚은 상상 속 신비한 생물과 다채로운 자연의 면면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한국인 실력파 애니메이터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점이다. 미국 픽사의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조 애니 “하늘과 노을에 푹 빠져 지냈죠”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2000년 픽사 입사한 베테랑

3D 공간에 빛 넣어 분위기 연출

작품 배경 묘사에 많은 연구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2000년 픽사에 입사해 21년간 수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베테랑 애니메이터다. 마스터 라이터는 3D 공간에 빛을 넣어 작품의 시간과 장소,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을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소울’ ‘인사이드 아웃’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조 애니메이터는 이번 작품을 “두 소년의 우정과 추억을 회상하는 영화”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배경인 작은 마을은 이탈리아 ‘친퀘 테레’ 지역을 본떴다. 이곳은 호기심 많은 바다 괴물 루카가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발을 내딛는 새로운 세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번 작품을 재택근무로 완성했다는 조 애니메이터는 “인터넷에서 친퀘 테레 지역을 많이 찾아봤다”며 “시간대에 따라 해가 뜨고 지면서 그림자가 생기는 모습을 연구했다. 예전 이탈리아에 갔을 때 봤던 빨래도 인상적이라 빨래 그림자도 다양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늘을 360도로 표현하는 장면이 있어서 언덕에 올라가 하늘과 노을 지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 담당’ 김성영 애니메이터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배우와 세트, 영상 구현 역할

코로나로 작업에 한계 불구

사실적 표현에 신경 많이 써


 

조 애니메이터가 작품 속 조명을 담당했다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루카’의 세상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가상공간 속 배우와 세트를 카메라로 찍듯 장면에 담아내는 일을 한다.

2012년 픽사에 입사한 김 애니메이터는 ‘몬스터 대학교’ ‘코코’ ‘토이 스토리4’ ‘소울’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한여름에 시원하고 경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이탈리아 작은 마을을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시작 장면에 실제 자신의 취미인 낚시 경험을 녹인 김 애니메이터는 “밤에 선상 낚시를 하는 장면에서 배 위에 물건들이 어떻게 배치돼야 할지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고 귀띔했다.

 


 

극 중 바다 괴물인 루카가 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3436개 비늘과 꼬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장면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김 애니메이터는 “보통 한 달에 한 두 번 모여서 큰 화면에서 장면을 확인하는데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장면을 꼼꼼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 느껴"

 

오랜 시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한 두 사람은 최근 들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더욱더 느낀다고 했다. 한국 음식과 영화 등 문화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다. 김 애니메이터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을 픽사에 초청해 ‘기생충’ 상영회를 열었다”며 “회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계단에도 앉아서 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 애니메이터도 “회사 식당에 한국인 어머니가 있는 요리사가 가끔 김치찌개·물회 등을 해준다”며 “요즘엔 친구들이 김치·된장을 어떻게 담그는지 저한테 물어보기도 한다”고 웃었다.

 

조성연 X 김성영

 

한류 확산에 자부심 느껴

연속 작업 스튜디오 부재

상업화 위한 지원 부족 등

한국 애니 개선 방향 제시

 


 

두 사람은 밖에서 바라본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과제도 언급했다. 김성영 애니메이터는 “5년 정도 한국 애니메이션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며 “작품을 연속적으로 이을 수 있는 스튜디오가 없어 아쉽다”고 짚었다. 조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이 상업영화로 진출할 수 있는 연결고리와 지원, 후원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