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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학교서 5·18 잘 배워야 왜곡에 휘둘리지 않죠”

[5·18 민주화운동 인정교과서 집필 … 대표 집필자 박래훈 순천별량중 교사]
교사 7명, 교과서 승인까지 2년… 22개 주제 궁금한 질문들로 구성
세월호 가족 언급…연대 의미 더해… 상무고, 올 1학기부터 공식 사용

 

“어느덧 아이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이 너무 먼 옛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박래훈(43) 순천별량중 교사의 말은 폐부를 찌른다. 그 날부터 41년이 지난 지금, 10대 아이들에게 5·18은 점차 그 부모들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박 교사는 최근 교과용 도서 인정 심사를 통과한 ‘5·18 민주화운동’ 인정교과서 대표 집필자다. 그는 “이번 교과서는 5·18 이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5·18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과 국내사에 미친 영향력을 넘어서,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나눔과 연대, 평화 등 가치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교과서는 국·검정도서가 없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 쓸 수 있는 교과서를 뜻한다. 전국 어느 학교에서든 보조교재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 교과목을 개설할 경우 주교재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집필자는 광주·전남 역사교사모임에 소속된 박 교사와 강남진(신용중)·김영주(광주여고)·백형대(녹동고 )·양홍석(고흥고)·장용준(전 함평고) 교사와 무진중 구희남 교사 등 7명이다.

5·18을 다룬 교과서는 지난 2009년에 발간된 게 끝으로, 그나마도 초등 사회과 학습보조자료로만 쓰이고 있었다. 더불어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등 새로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내용이 생겼다.
 

이에 집필자들은 지난 2019년 가을부터 작업을 시작해 2019년 12월 내용 정리를 마쳤다. 이어 지난해 5월 상무고와 두암중에서 교과서를 시범교재로 활용하고, 최근 인정교과서로 승인을 받기까지 2년여가 걸렸다.

교과서는 22개 주제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각 주제는 ‘5·18은 광주에서만 일어났나요?’ ‘시민들은 왜 총을 들었나요?’ ‘광주사태는 어떻게 민주화운동이 되었나요?’ 등 학생들이 5·18에 관해 궁금해 할 법한 질문들로 구성돼 관심을 모은다.

특히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등 역사 왜곡 관련 내용이 추가된 점이 눈길을 끈다. 박 교사는 “역사 왜곡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체감했던 부분이었다”고 돌아봤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왜곡된 5·18 정보가 무분별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죠. 아이들도 5·18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홍어’, ‘택배’ 등 표현을 재미 삼아 사용하곤 해요. 교육자로서 언젠가는 반드시 다뤄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월호와 5·18을 연결지은 점도 눈에 띈다. 박 교사는 “‘오월어머니집’ 회원 등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니들이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을 위로한 것에도 ‘연대’의 가치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는 올해 1학기부터 상무고 5·18민주화운동 교과목에서 공식 사용될 예정이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5·18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고, 하나로 뭉쳐 국가 폭력에 맞섰던 광주의 정신을 배우면서 자기 삶을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많은 학교 현장에서 쓰이면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