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퓨전 국악과도 같은 이 노래로 최근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꼽히는 '이날치밴드'. 그들이 지난 8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평창평화포럼에서 특별공연을 했다. 특히 이날치밴드와 댄스팀 앰비규어스가 출연해 서울과 강릉 등 우리나라 도시의 볼거리를 홍보한 한국관광공사의 동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는 유튜브 조회수 5억회를 돌파했다. '조선의 힙합', '21세기 판소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전 세계가 열광한 것이다. 이 중 강릉 편 영상의 배경음악인 '약일레라'는 강릉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이날치밴드가 직접 골랐다.
평창 공연 후 이날치밴드는 강원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진 이날의 인터뷰는 '조선의 저잣거리'처럼 시끌벅적, 유쾌함이 넘쳤다.
평창올림픽 폐막식때 선수들 추모행사 구음 직접 녹음 뜻깊어
관광공사 강릉편 '약일레라'는 바닷가의 에너지 잘 표현한 곡
수궁가 유쾌·발랄, 제일 재미있어…다른 판소리 하지 않을 예정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억대를 돌파하는 뮤지션은 BTS, 블랙핑크, 그리고 이날치밴드 정도다. 요즘 인기 실감하나
△권송희, 신유진=“어후 어후~(BTS, 블랙핑크 언급에 손사래. 일동 웃음) 저희는 영상을 다 모아서 억대라서, 처음에는 조회수 10만, 20만에 놀랐는데 억대라니 지금도 안 믿겨진다. 자주 알아봐 주신다. 어제도 평창에 도착해 1만5,000원 황태정식에 한우도 조금 먹었다. 식당에서도 많이 알아봐 주셨다. 다 같이 있으면 역시 많이 알아보신다. 돌아가는 길에는 오삼불고기를 먹겠다.(웃음)”
■평창동계올림픽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권송희=“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전 세계 선수들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구음(가사 없이 입으로 악기 등의 소리를 내는 것)을 직접 했다. 사전 녹음을 했는데 TV로 올림픽 폐막식을 보며 '이게 실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 제 목소리가 나가고 있었다. 음악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고 추모의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뜻깊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음악감독이었던 양방언 선생님과 콘서트 투어를 다닌 인연이 있어 영광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
■'범 내려온다'가 가장 유명하지만 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중 강릉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약일레라'라는 곡이 쓰였다
△장영규=“곡 선정을 위해 제작진과 회의를 하지만 강릉편의 경우 처음부터 '약일레라'였고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강릉은 당연히 약일레라'라는 분위기였고 다른 곡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강릉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바닷가의 에너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었기 때문이다.”(약일레라는 '띳띠루 디루 디루'라는 가사가 반복되며 이 곡이 쓰인 강릉 관광 홍보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3,882만회에 달한다.)
■한국관광공사, 앰비규어스와 협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장영규=“앰비규어스한테 고맙다. 사실 저희는 그렇게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앰비규어스에 노래를 허락한 정도였고 크게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권송희·신유진·이나래=“완성된 영상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날씨도 너무 좋더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우리 노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시민들이 영상에 함께한 것도 좋았다. 여행을 가고 싶도록 만드는 영상이었다. 사실 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이라고 하면 막연히 '한국으로 오세요~' 하는 상투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다. 영상을 보고 멋있다,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힙스터, 조선힙합, 조선아이돌 등 여러 별명이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안이호=“다 좋다. 별명이 생긴 것 자체가 좋다. 다양한 별명만큼 여러분이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니 '아이돌'이라는 별명은 부담스럽다(웃음).”
■'범 내려온다'에 중독됐다는 반응이 많다. 중독성을 노렸나
△장영규=“중독될지 몰랐다(웃음). 곡 형식이 오래된 형식의 노래라 지금 사람들이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구조로 단순하게 바꾸다 보니까 중독성 있는 반복들도 많이 생긴 거 같다.”
■범 내려온다, 약일레라 등 모두 수궁가에서 나왔다. 수궁가를 부르는 이유는
△안이호=“수궁가가 제일 재밌다. 재밌다는 게 물론 다른 곡들도 각자의 재미가 있겠지만 수궁가가 갖고 있는 유쾌함과 발랄함은 다른 어떤 노래가 따라올 수 없는 것 같다. 저희 밴드가 하려는 음악과 잘 맞는 것 같다. 2018년 드라곤킹이라는 애니메이션 음악극을 통해 소리꾼들이 만났고 장영규 음악감독님이 음악이 잘 나왔다며 밴드를 해보자고 제안해 수궁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수궁가 다음은 어떤 곡을 할 계획인가
△장영규=“음(뜸을 들이다). 다들 가장 궁금해하시는데 수궁가 다음은 안 하기로 했다. 다른 판소리 곡들도 매력이 있지만 너무 오래된 노래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현재 저희의 얘기를 하기 위해 다른 판소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날치'는 조선시대 실존한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 왜 밴드명이 이날치인가
△장영규=“명창의 이름을 쓰려는 생각은 없었고, 나는 사실 이날치라는 명창을 몰랐다. 판소리랑 연결되는 단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있었다. 처음에는 이날치를 몰랐지만 이력을 찾아보니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치가 명창이라기보다는 이날치라는 단어 자체가 갖고 있는 특별한 재미 때문에 고른 점도 있다.”
■소리꾼이 4명인데 각자 특기가 있을 것 같다. 또 혼자 활동할 때와 팀으로 활동할 때 다른 점은
△신유진=“각자 다들 다양한 작업을 해 온 소리꾼들이어서 거리낌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고, 또 각자 목소리 톤이 다르고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듣는 분들이 다양하게 들으시는 것 같다.”
△이나래=“밴드로 활동하면 확실히 덜 외롭다. 무대에서도 생활에서도 서로 의지할 수 있다. 보컬이 4명이라 아플 때에도 서로 잘 챙겨준다. 연령대가 높은 멤버가 있어서 더 든든한 점도 있다.”
△이철희=“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모이면 매일이 명절 같고 아주 재밌다. 오히려 또래들이 모여 있으면 더 싸웠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많이 어렵다
△안이호=“전 세계에 지금 위기가 아닌 분들이 없다. 위기임에도 참고 있으신 거고. 기다리고 참는 수많은 분 덕분에 미약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주변분들에게 다 고맙다. 마스크 챙겨주시는 분들, 손세정제 챙겨주시는 분들 하나하나 다 감사하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이날치밴드'는
판소리를 현대적 팝 스타일로 재해석 폭발적 인기
판소리에 현대적 팝 스타일을 조화시킨 음악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다. 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 등 판소리를 전문으로 하는 보컬 4명과 이철희, 장영규, 정중엽 등 더블베이스 및 드럼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7월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색적인 춤을 더한 유튜브 영상은 전 세계에서 5억뷰를 기록하면서 대박을 쳤다. 2019년 공연 '현대카드 curated 53 이날치 단독공연-들썩들썩 수궁가'로 데뷔해 2021년 제30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밴드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