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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명절 특수 없다" 전통시장 인파 붐벼도 매출 반토막

5임 모임 금지에 차례 간소화…제수용 건어물·과일 판매 줄어
동성로의 신발과 옷, 화장품 상점들 직원 줄이고 폐업 고민
들안길 식당 "IMF 때보다 더 힘들어. 평소 매출의 30% 수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설날 연휴를 앞둔 주말에도 대구 곳곳에선 설 대목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5인 이상 모임과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방역대책의 여파로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상인들은 예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매출에 한숨을 쉬었다. 주요 상권인 동성로 상점과 들안길 식당가는 설 특수는 고사하고 코로나로 끊겨버린 손님에 근심이 깊다.

 

6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가판대에는 차례상에 오를 과일부터 건어물까지 설맞이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날 시장에는 평일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명절 특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인들은 "설을 맞았지만 예년만큼의 분위기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A(53) 씨는 "설이지만 매출이 예년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라며 "주변 대부분의 건어물 가게들이 임대료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고 말했다. 한 국수 가게 주인은 "지난해 설 때만 하더라도 주차장에 차를 대려는 행렬이 정말 길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같은 날 칠성시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칠성시장의 한 과일가게 주인은 "5인 이하 모임 금지 탓에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집들이 늘면서 제수용 과일이 예년만큼 팔리지 않는다"며 "올해 설 대목은 물 건너갔다"고 울상을 지었다.

 

동성로 상점들은 설 대목은커녕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설 연휴까지 연장되면서 동성로 거리에는 몇몇 사람들이 드문드문 다니는 모습이었다. 신발가게 매니저인 B(27) 씨는 "코로나19로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2, 3월 유행 때보다 상황이 조금 나을 뿐이지 설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40년 가까이 옷가게를 하는 C(66) 씨는 "설 특수는커녕 코로나 탓에 직원을 4명이나 줄였다. 올해 8월쯤에는 아예 가게를 접을 생각"이라면서 "손님이 없어 영업시간도 줄었고, 주변 가게들도 문을 닫는 등 골목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명절마다 가족 등 단체손님이 많았던 들안길 식당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음식점들의 주차장은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점심특선 메뉴판을 내건 한 초밥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한 복어요리 식당에서 일하는 D(50) 씨는 "예전에 비해 손님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 5인 이상 손님을 못 받으니 단체 예약도 없다"고 했다.

 

24년간 바닷가재요리 식당을 운영해온 김갑동 들안길먹거리타운번영회 회장은 "보통 설 연휴 전에 단체 예약이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며 "예약이 있어도 2명씩이어서 예년 매출의 30~4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날에 가족과 함께 부모 모시고 식당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보통 5~10인 정도 규모다"며 "정부가 사적 모임 금지 규제를 현재 5인 이상에서 10인 이상으로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변선진 기자 bsj@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