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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최진석 철학자 함평 ‘호접몽가’ , ‘세계건축상’ 수상

윤경식 건축가 설계…서울 도선사도 수상 2관왕
윤씨 설계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 if디자인상
“호접몽가는 철학적 사유와 인간을 위한 건물”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고향 함평에 지은 ‘호접몽가(胡蝶夢家)’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장자의 사상을 건축으로 구현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윤경식(63·(주)한국건축 KACI 회장) 건축가가 설계한 ‘호접몽가’가 세계건축협회가 수여하는 제35회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2020)을 수상했다. 윤 건축가는 서울 삼각산 도선사의 ‘소울 포레스트(소울림)’로도 상을 수상해 한국인 최초로 2관왕을 차지했다.

 

 

세계 건축상은 현대 건축담론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이고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상으로 올해는 53개국 243명의 건축 관련 저명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모두 10점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세계 70개국의 건축, 시사, 경제 잡지 등에 소개되고 각 대학 교재및 전문기관 연구자료로 쓰이게 된다.

윤 건축가는 올 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상인 ‘독일 if디자인어워드 2020’에서 장성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와 서울 ‘사랑빚는 교회’로 한국 건축가 최초로 건축 부문 2개의 본상을 동시 수상했다. 특히 ‘영혼의 힐링 하우스’는 국제건축대상(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s) 등 이번 수상까지 합쳐 세계적인 건축상을 세 차례 받았다. 윤 건축가는 올해 장성 상무대 명상센터도 설계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상무대와 서울 도선사에는 광주 출신 신호윤 작가의 작품이 함께 설치돼 눈길을 끈다.

 

 

지난 35년 동안 자연친화적이고 인문적 사유의 바탕 위에 전통미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조화롭게 구현하는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윤 건축가는 특히 기독교, 불교 건축에서 새로운 디자인 장르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기 여주 명상의 집 ‘청한모원’, 정각사 미래탑 등이 국제건축상 대상을 받는 등 그는 이번 수상으로 모두 15차례 국제적인 건축상을 수상하게됐다. 또 그가 설계한 경기도 여주 CJ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 클럽하우스는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장 톱10’에 뽑히기도 했으며 뉴욕타임즈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건축물에도 선정됐다.

“세계 건축계가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같습니다. 화려한 조형과 형태의 건축이 아닌, 철학적 사유가 담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듯합니다. 이번에 한꺼번에 두 개의 상을 수상하니 영광입니다. 도선사나 백양사는 위패를 모신 공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공간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추모 공간으로만 여기지만 유럽에서는 환희의 공간과 축제의 공간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백양사의 경우 삶과 죽음, 전통과 현대, 추모와 예술 그 경계를 허무려 노력했죠. 오래 된 절 건물의 단청은 그대로 살리고, 굉장히 현대적인 맛이 나게 설계했습니다. 요즘에는 건축가들이 조형적 재능만을 발휘해 자기 자신을 위한 건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편한 건물을 지향합니다. 아이들이 가도, 팔십 노인이 가도 좋아하는 그런 공간말이죠.”
 

 

 

‘호접몽가’는 철학자 최교수가 고향집 자리에 지은 인문학 공간으로 올 4월 완공됐다, 윤 건축가는 “호접몽가는 제 작업중 가장 작은 프로젝트였고, 철학적 사유와 인간을 위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설계를 위해 찾은 함평 땅의 첫 인상은 ‘참 못생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을 좋아하는 그는 최 교수가 강조하는 ‘노장사상’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설계를 하자 싶었다. 송송 뚫린 담벼락은 ‘도덕경’의 ‘유무상생’을 표현하는 장치로 모든 것이 들고 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건물의 끝이 보이지 않도록 휘어지게 설계하고 도로변을 마주 보지 않게 지은 것은 지식을 경계하고, 겸손하라는 의미, 원통 모양의 수십개 열주는 정진의 의미를 담았다.

“건물이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인간이 주인인 집을 지으려했습니다. 지붕은 함평의 상징이기도 한 나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얇은 선이 꼭 나비 날개처럼 보이죠. 해가 지면 벽에 나비가 앉은 듯한 그림자가 집니다. 건물 안 바닥 재료는 지구를 수십㎞ 파고 들어가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정했습니다. 벽면의 코발트 블루는 아래 바닥과 어우러져 ‘천장지구’(天長地久·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 의미를 담고 싶었죠. 코딱지만한 공간이자만 스토리는 무궁무진합니다(웃음). 최교수님도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건물을 보는 모든 분이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수상한 도선사 ‘소울 포레스트’는 8500기의 위패를 모시는 공간으로 도선사의 자연과 하나 되는 영혼의 숲이라는 의미를 담아 설계했다.

또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는 지상 명부전과 영각당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전통 사찰의 양식에서 탈피해 건축했다. 전통사찰에서 쓰지 않는 맑은 통유리를 통해 백암산을 조망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