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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영화 속 강원도]구불구불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의 성지로 거듭난 고갯길

(22) 춘천~양구 잇는 배후령

 


 
지난해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이 '남영동 1985(2012년)' 이후 7년여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248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 정상화 과정에서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인수에 나서 헐값에 외환은행을 사들인 뒤 엄청난 차익을 남기고 팔아넘긴,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물론 정지영 감독은 스스로 이 영화가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영화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정확하게 '론스타' 스캔들과 맞닿아 있다.

'막프로'로 나온 조진웅과 국제통상변호사로 나온 이하늬의 연기가 볼 만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자신을 감옥에 넣어 달라고 애원하던 한 여인이 심문과정에서 양민혁(조진웅)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문자를 남기고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검찰 내 문제적 검사 양 검사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진 것.

억울한 누명을 쓴 그는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여인이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원의 은행이 1조7,000억원에 넘어간 사건 앞에서 양 검사는 거대한 금융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최태석'이라는 인물이 포착되는데 그가 사는 곳이 '인제군 기린면'으로 나온다. 양 검사는 “뭐고 200억씩 투자하는 사람들이 뭐 이런 시골에 사나?”라는 대사와 함께 인제로 향한다. 인제 68㎞·오음 12㎞ 푯말을 지나 그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금융감독원 임승만 국장의 별장. 양 검사는 임승만을 대한은행 BIS 보고서 조작 연루 혐의로 긴급체포해 이송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덤프트럭이 양 검사의 차를 낭떠러지로 밀어붙이는 장소가 얼마 전까지 춘천과 양구를 연결하던 '배후령'이다.

지금이야 배후령터널이 생기면서 바이크나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지만 2012년 이전에는 유일한 육상 통로였다. 론스타 사건이 1998년에 생겼으니 나름 고증은 잘한 듯하다. 그런데 그 급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인제로 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배후령은 왜 굳이 넘었을까 싶다.

오석기기자 sg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