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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미술관에 모인 낡은 문, 기술을 만나 예술이 되다

부산현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셋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현대미술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현대미술관은 ‘기술에 관하여’ ‘이모션 인 모션(EMOTION IN MOTION)’ ‘2020소장품전: 오늘의 질문들’ 3개의 전시를 오는 7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세 전시는 미술과 기술의 결합, 움직이는 행위에서 파생되는 감성을 보여 주고 향후 부산현대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시민들이 현대미술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이번 전시들은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부산시청 통합예약시스템 온라인 사전예약으로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기술을 통한 미술 형식·내용의 확장

움직임으로 낯선 상상력 자극한 전시

미술관 정체성 보여 주는 소장품 공개

7월 26일까지 온라인 사전 예약 관람

 

 

■미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에 관하여’

 

단순한 기계의 작동, 로테크놀로지(Low-Technology)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보여 준다. 미술과 기술의 결합은 이미 낯설지 않은 조합이고, 하이테크놀로지(High-Technology)를 이용한 작품도 등장하고 있다. 총 9명의 작가가 단순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미적 세계관을 표현한 이 전시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다. 동시에 기술을 통해 미술의 형식과 내용의 확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대홍의 ‘로봇’ 시리즈는 전동장치를 사용해 움직이는 장난감을 해체·재구성한 작품이다. 비닐을 씌운 로봇으로 우아하게 춤추는 댄서,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광기의 ‘세상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돌아간다’는 선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선풍기가 기껏 돌리는 것이 바람개비 하나일 뿐이라는 은유적 표현이 돋보인다. 깃털·방울·추 등을 이용한 ‘리퀴드 메모리’, 하얀 벽 위에 분사되는 비눗방울이 그림을 그리는 ‘레드 블라섬’ 같은 한진수의 작품은 단순 기술로 예술적 깊이를 어디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보니엠의 노래 ‘서니(Sunny)’에 맞춰 차량용 흔들인형들이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신형섭의 ‘증산동 세레나데’는 반복적 움직임이 가지는 리듬감을 전달한다. 조덕현의 ‘음(音)의 정원’은 윤이상의 음악과 그림자를 이용해 차분하고 아름다운 명상의 공간을 선사한다. 49개 직류 모터를 이용해 솜뭉치가 종이상자를 두드리는 지문의 작품은 단순 기술로 구현한 ‘소리를 품은 진동’을 예술적 울림으로 변환한다.

 

 

 

■움직이는 감동 ‘EMOTION IN MOTION’

 

열리고 닫히는 문, 돌아가는 리본, 꿈틀대는 굵은 호스 등 기계적 움직임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부추기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움직임 속에 내포되어 있고, 움직임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는 ‘감성’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정찬호, 김수 작가로 구성된 그룹 KEEN의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문으로 이뤄진 도시를 연상시킨다. 작가들이 하나하나 수집한 낡은 문으로 이뤄진 골목을 지나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드나듦이 허락되지 않는, 용도가 폐기된 문 저쪽의 세상은 상상의 공간이 된다. 김현명의 ‘기억하는 회로들’은 일상 공간과 자연을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드론까지 이용해서 촬영한 네 개의 영상이 나란히 재생되고, 각각의 화면에 각기 다른 음향을 더했다. 개별 화면과 음향이 어우러져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으며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최수환의 작품은 벽면에 걸린 그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진공청소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시장에 떠다니는 먼지를 필터 위에 흔적으로 남기는 이 작품의 제목은 ‘먼지(부산현대미술관)’이다. 윤성필은 ‘전자석’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원뿔 산 주위를 작은 동전이 공전하며 도형을 그려내고, 액체의 유동성이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 낸다. 전자석과 자성을 띤 기름의 상호작용으로 기름방울이 사람의 움직임을 재현한 ‘액체 조각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극단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 인간의 움직임을 구현한 빌 비올라의 비디오 아트, 사회 관습과 관념 관계를 고발하는 장지아의 사진과 영상, 관람객을 감지해 움직이는 파도를 만들어 보여 주는 최종운의 작품 등도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미래 방향성 들려주는 ‘오늘의 질문들’

 

‘2020소장품전: 오늘의 질문들’은 부산현대미술관이 2017년 개관 준비 때부터 수집해 온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다. 미술관 소장품 187점 중 작품 수집 정책의 핵심 가치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22점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문지영의 ‘증명불가능의 얼굴’은 지적장애인이 여권 사진을 찍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귀를 내보이고, 고개를 똑바로 하라는 여권 사진의 규정이 어떤 이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알렉스 베르하스트의 ‘정지된 시간’은 가족의 자살 이후 남은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연출한 작품이다. 관람객이 화면 속의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그림 속의 사람들이 전화를 받는다. 작품 속 사람들은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왜곡해서 만들어 냈다.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를 연상시키는 허수빈의 작품, 화재 현장에서 채집한 재로 알약을 만들어 화마에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동종요법’을 표현한 백정기의 작품 등이 눈여겨 볼만하다.

 

▶7월 2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051-220-7400. 사전예약관람제.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