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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보람은 줄고, 업무만 늘어난 '씁쓸한 스승의 날'

텅 빈 학교, 사라진 스승의 날… 얼굴도 못 본 교사·학생 사제 관계 끈끈함 없어
"보람은 줄었는데 온라인 수업· 방역준비에 업무는 많아" 현장 교사는 '한숨'

 

대전 서구 A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김모(31)씨는 요즘 자정이 돼서야 노트북 전원을 끈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원격수업 준비 때문이다.

오전은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확인하고, 오후부터 수업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해 편집까지 마치고 학교 누리집에 업로드하고 나면 비로소 하루 업무가 끝난다. 학생들과는 얼굴도 마주보지 못한 채 75일이 지났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인사를 오겠다는 졸업생들마저 만류했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한데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쓸쓸한 하루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학생들과는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했고, 언제 교문을 열어야 할지도 미지수다. 갑작스런 온라인 개학으로 몸과 마음의 부담은 늘었고, 교사로서의 보람과 자부심도 위축되고 있다. 교사의 가슴 한편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4일 찾은 대전의 한 중학교는 모든 교실이 텅 비어 있었다. 일부 업무를 보는 교사 1-2명이 복도를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예년 같으면 학생들로 떠들썩했을 교실이다.

비어있는 교실을 바라보던 교사 한모(26)씨는 "지난해 반 아이들이 놀라게 해준다고 신문지로 창문을 모두 가리고, 칠판에 '선생님께 감사한 이유'들을 빼곡히 적어 놨었다. 손 편지들도 줬는데 참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는 학교를 뒤바꿔 놓았다. 교사들은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개학이 어색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방지하고자 밤낮으로 수업 준비에 임했다. 최근 등교 수업일이 결정되며, 수업 준비에 방역 대응까지 나서야 했다. 결국 다시금 등교가 멀어지면서 교사들은 홀로 교실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 밝았다.

중구 B초등학교 교사 윤모(38)씨는 "스승의 날 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손 편지도 주고, 때로는 먼저 안기기도 하며 '선생님 최고예요'라며 반겨줬는데 이런 풍경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 보니 사제 간 교육을 위한 신뢰와 친근감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교사들의 뿌듯함도 줄었다.

서구 C중학교 교사 신모(49)씨는 "학생들을 대면하지 않으니 교사로서 한계가 느껴진다"며 "학생들이 기대한 결과보다 좋은 결과물을 냈을 때, 거기서 느끼는 보람이 굉장히 크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인데, 지금은 교사로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5차례 미뤄지면서 교사들은 지쳐가고 있다. 온라인 수업 준비에 학사일정 조정, 교내 방역 준비까지 삼중고에 처해 있다. 최근 한 교육단체에서 대전지역 유·초·중·고 교사 18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 교사들은 '근무 시 가장 어려운 점' 에 대해 행정업무(34.8%)를 우선으로 꼽았다.

유성구 D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는 "오전에는 교사들이 아이들 출석체크, 수업 피드백 해주고 오후 중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과 방역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며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부모 설명회, 생활지도도 모두 온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교사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우경 수습기자 qkr95691@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