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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16개 시·군 찢어 붙인 선거구…강원도가 장난감 찰흙인가?

 


 
여야 춘천 분할해 철원-화천-양구에 붙이기 강행
“수부도시 정체성·대표성 상실” 시민들 분노 폭발
다른곳도 무더기 흔들어…총선 보이콧 목소리 확산


4·15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기형적 선거구가 탄생했다. 강원의 수부도시인 춘천은 `누더기' 선거구로 전락했고, 원주·강릉을 제외한 16개 시·군은 각 지역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

지난 7일 국회가 의결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강원도 선거구는 현행 8석을 그대로 유지한다. 춘천은 북부지역과 묶여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춘천-철원-화천-양구을'로 갈라졌다. 인구상한선을 넘겨 분구 대상이 됐던 춘천을 분할해 인위적으로 2개의 선거구로 만든 것이다. 같은 춘천시민이라도 신북읍·동면·서면·사북면·북산면·신사우동 주민들은 을 선거구에, 남은 19개 면·동 주민들은 갑 선거구에 투표해야 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국회는 춘천의 이 같은 `엉터리 분할'을 위해 공직선거법까지 개정했다. 이번 총선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지만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 총선에서는 더 큰 규모의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강원 남부지역도 무더기로 흔들었다. 기존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과 동해-삼척은 각각 `동해-태백-삼척-정선' `홍천-횡성-영월-평창'으로 조정했다. 폐광지역인 태백과 정선은 영동 선거구인 동해-삼척과 합쳐졌고, 생활권이 전혀 다른 홍천과 횡성도 영월, 평창과 묶이는 신세가 됐다. 그나마 인제는 같은 설악권인 속초-고성-양양에 편입, `속초-인제-고성-양양'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강릉과 원주갑·을은 현행 그대로다.

춘천 민심은 폭발했다. 20년 만에 분구를 기대했던 춘천시민들은 법까지 고쳐 가며 기형적 선거구를 만들어낸 정치권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당초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6개 시·군 통합 선거구를 피하기 위해 춘천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로 총선이 열려 지역 대표인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1명의 국회의원이 생활·문화·정서가 전혀 다른 시·군을 오가며 의정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선거구 내 지역 현안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미 일선 시·군에서는 벌써부터 지역감정이 담긴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향후 당내 공천 및 여야 대결구도도 지역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서는 `총선 보이콧'(투표 거부) 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석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강원도는 필요에 따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장난감 찰흙으로 전락했다”며 “선거마다 선거구를 이런 식으로 뒤집는 것은 우리를 주권자가 아니라 자기들에게 표 찍어서 의원 배지나 달아주는 꼭두각시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