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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마스크 수백만장 공급한다는데 1장 구하기도 어려워

 

2일 오전 10시 대전 중구 한 농협 하나로마트. 지상에서 지하 1층 마트 입구까지 짧지 않은 거리에 50여 명이 줄지어 서 있다. 오전 7시부터 와 있었다는 사람도 많다. 10시 10분. "오늘 수량은 200개. 1인당 4개씩만 드립니다." 마트 직원이 번호표를 나눠준다. 다시 10분 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이 "우린 죽으란 거냐. 며칠째 허탕만 치고 있다"고 소리 친다. 80대 백발노인이다.

비슷한 시각. 대덕구 한 농협 앞. 마스크를 사려고 대기표를 받은 사람이 190번 대에 달했다. 오후 2시 50분 유성구 농협 하나로마트. 2시부터 마스크 판매에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1인당 3매, 300장이 동났다. 바로 옆으로 유성구보건소와 선별진료소가 있다.

농협 한 직원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우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도 없어서 못쓴다"고 했다. 마스크 판매자도 구매자도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이다. 시민 박 모(61) 씨는 "정부가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 1000원짜리 마스크 하나 가지고 사람들을 한데 몰아넣고 농락하는 것 아니냐"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마스크의 난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전염 공포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급기야 정부가 긴급수급에 나섰지만 밀려드는 구매 수요를 따라잡기는커녕 원망만 사고 있다. 시민들은 일찍부터 장사진을 치는데도 물건을 구하지 못해 원성이고, 부족한 물량을 나눠 팔아야 하는 판매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매장 마비로 인한 영업 손실까지 떠안아야 할 지경이다.

정부가 전국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약국 등 공적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588만 장을 공급한다고 발표한 이날 지역 판매처 곳곳은 종일 몸살을 앓았다.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시민들의 감염 우려와 공포는 극에 달했고 최소한의 안전물품인 마스크는 만성적인 수량 부족에 빠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확보한 공적 물량 마스크는 1041만 4000장으로 절반가량인 56.4%(587만 7000장)를 공적판매처에 출하 중이다. 대구·경북 지역 특별공급 69만 장, 우체국 65만 장, 농협하나로마트 70만 장, 공영홈쇼핑 20만 장, 중소기업유통센터 12만 장, 약국 236만 7000장 등이다. 의료기관에는 115만 장이 배정됐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마스크가 뿌려졌다고 하지만 정작 수요자인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유성지역 하나로마트에서 직원과 대기표 배부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시민 김 모(31) 씨는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다기에 오전 10시쯤 줄을 서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산이었다"며 "가족들에게 줄 마스크조차 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판매처 중 하나인 약국에서도 마스크 구하기는 언감생심이다. 서구의 한 약국 대표는 "마스크는 보통 5분 만에 물량이 다 팔려나간다. 공적마스크가 들어온다고는 하는데 언제 얼마나 공급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마스크 물량이 없는데 정부는 판매처만 늘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시민들에게 마스크 구하기 싸움을 붙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긴 기다림 끝에 마스크를 손에 쥔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 걱정에 남들보다 일찍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산 것 뿐인데 마치 죄인이 된 것 같다. 마스크를 사지 못한 사람들한테 얼굴을 못 들겠다. 대체 뭘 잘못한 것인지…"하며 발길을 돌렸다.

 

문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