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황토를 구들장으로 사용했다. 집을 지을 때 황토를 주재료로 사용했던 것은 황토가 내재하고 있는 물성이 다른 재료를 아우르고 자연스럽게 섞여들기 때문이었을 터다. 고희자 작가는 ‘황토’를 닮은 화가다. 그의 그림에는 옛 고향의 정서와 사유가 드리워져 있다. 자연에서 체득한 영감과 철학은 세련된 감각보다 우위에 있다. 그렇다고 ‘촌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황토가 발현하는 미학이 그의 작품에 은근하게 투영돼 있어 은은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고희자 화가가 30년 작가 생활을 반추하는 전시를 연다.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동구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펼치는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은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가 남다른 것은 10회, 30년이라는 수와 연관된 행사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고 작가는 올해로 10년째 황토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69년 배동신 화가 등이 주축이 돼 꾸려진 황토회는 목포 미로다방에서 첫 전시를 연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구 황토회와 연합해 전시를 열 었다. 송원대 교수로도 재직 중인 고 작가는 후학들을 양성하는 틈틈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고도 불리는 자연 생태관광지이다.이곳은 원래 소나무숲이었다. 하지만 솔잎혹파리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소나무를 베어내고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에 자작나무 69만그루를 심어 다시 숲을 조성했다. 활엽수이면서 차가운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자작나무는 이곳 지형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성장해 군락을 이루게 됐다. 2008년부터 유아숲체험으로 운영되며 아름다운 숲과 이야기들이 SNS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되며 숲속교실, 생태연못, 인디언집, 탐방로 등 부대시설을 정비했고, 안전·편의시설을 확충해 고품격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레킹코스 사전 준비 필요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등산은 심폐 기능 및 뇌건강 강화에 도움을 주고 녹음과 산들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자작나무숲 역시 트레킹 코스 중 한 곳이다. 입구인 자작나무 숲 안내소에서 시작되는 숲길을 따라 1시간여 걸어야 자작나무 숲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신발과 복장은 필수다. 특히 겨울엔 아이젠과 따뜻한 옷, 통신장비까지 갖춰야 한다. 숲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속 한국 전통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광역시도가 운영 중인 국악예술단이 인천광역시에선 35년째 조례 속에만 방치되고 있다. 인천 국악계에서는 “이제는 국악단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는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를 근거로 시립교향악단(1966년 창단), 시립합창단(1981년 창단), 시립무용단(1981년 창단), 시립극단(1990년 창단), 시립소년소녀합창단(2024년 창단) 등 현재 5개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립예술단 조례 제2조에서 규정한 예술단 중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단체가 있다. ‘인천시립국악단’이다. 시립국악단은 1990년 조례 개정을 통해 설치 근거가 마련됐는데, 35년째 설치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시립예술단 운영 규칙’에는 시립국악단 조직 체계와 정원까지 규정하고 있다. ‘사문화’된 조항인 셈이다. 인천 국악계는 지난해 7월 ‘국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국악 활성화를 위한 시립국악단 창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7월에는 인천 국악계 인사들이 국악진흥법 추진 지원을 위해 출범한 사단법인 국악진흥회 인천지부를 설립하기도
경남 연극인들의 축제 ‘제15회 경남연극인 페스티벌’이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밀양아리나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은 21일 오후 7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경남 극단들이 참여하는 ‘경남연극베스트6 경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21일 오후 7시 30분 극단 고도의 ‘낯선 얼굴로 오는가’가 꿈꾸는 극장 무대에 오른다. 22일 오후 5시에는 극단 객석과 무대가 ‘수업’을 스튜디오 1극장에서 선보인다. 23일 오후 3시 극단 초콜릿나무의 ‘깡한 여자들’이 꿈꾸는 극장 무대를 장식한다. 28일 오후 7시 30분 극단 상상창꼬의 ‘어느날 아침 깨어나보니 AI가 되어 있었다’가 스튜디오 1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29일 오후 5시 창원예술극단의 ‘당신의 에필로그’ 공연이 꿈꾸는 극장에서 펼쳐진다. 30일 오후 3시에는 극단 현장의 ‘섬’이 스튜디오 1극장 무대에 오르며 본선 경연을 마무리한다. 연극인과 지역민의 창작 역량을 확장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일반인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놀이 워크숍, 새로운 문화 예술 형식을 찾는 넌버벌 워크숍과 무대예술 워크숍 등이 마련돼 있다. 경남연극베스트6 경연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얻는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 동시대 미술계에서 그 정신을 계승하는 작가들을 발굴해 온 박수근미술상이 제정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양구군과 강원일보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2016–2025:박수근미술상 10년의 기록’ 이 18일 오후 2시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파빌리온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함께 화려하게 문을 연다. 강원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이 전시는 단순히 지난 10년간 선정된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기념 전시가 아닌, 박수근이 바라보았던 인간과 삶, 그리고 한국적 현실성이 오늘의 미술 언어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동시대 미술 사유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며 이어지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는 제1회 수상자인 광부화가 황재형을 비롯해 △김진열 △이재삼 △박미화 △임동식 △김주영 △차기율 △노원희 △홍이현숙 △오원배 등 지난 10년간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한 작가 10명 모두가 참여한다. 전시장에서 작품들을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인상은 서로 다
예술공간 오이는 오는 22일(오후 3시, 7시)과 23일(오후 3시) 제주관광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연극 ‘등’(연출 전혁준)을 공연한다.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으로 선보이는 4개의 공연 중 마지막 무대다. ‘등’은 정의와 인간다움을 등이라는 알레고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관객들에게 묻는다.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전혁준씨는 “팩션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은 사실에 기반을 둔 등장인물들이 허구의 세계관 속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온화한 미소와 자근자근한 주름이 어우러진 그의 얼굴에는 오랜 창작의 시간이 배어 있었다. 투박하고 거친 손끝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엔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살아 있었다. 희끗한 머리칼이 세월을 말해주었지만, 눈빛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정으로 반짝였다. 프랑스에서 다수의 대형 전시를 선보여온 중견 작가 피에르 파브르(64)가 한국 전통 한지의 매력에 이끌려 전주를 찾았다.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1983년 파리 페닝헨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연(凧) 예술가로 활동했다. 이후 파리 그랑팔레에서 첫 연 시리즈를 선보인 후, 2000년대부터는 바람·빛·중력 등 자연의 힘을 매개로 한 대형 키네틱(kinetic)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업은 가벼운 직물을 바람에 맡겨 공간을 춤추게 하는 방식으로, ‘움직임과 공간’이라는 테마 아래 프랑스 전역의 야외미술 프로젝트로 발전해 왔다. 세상의 거의 모든 종이를 작품 재료로 다뤄온 그가 한지에 매료된 결정적 이유는 다른 종이와 달리 ‘천연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진 종이였다는 점이다. 작가는 “1990년대부터 연을 만들며 자연과 바람, 예술의 관계를 탐구했다”며 “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 부산 문단에 반가운 수상 소식이 잇따라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백신애문학상운영위원회는 제18회 백신애문학상에 부산 소설가 서정아 작가의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강 출판사)가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백신애문학상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의 여성운동가이면서 소설가였던 백신애를 기리기 위해 2008년 제정되어 백신애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대구경북작가회의가 주관하며, 영천시가 후원하는 전통 있는 문학상이다. 등단 5년에서 20년 내외의 작가들이 2024년에 발간한 창작집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서정아 작가는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로 등단했으며, 소설 작품집으로 <이상한 과일>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이 있다. 백신애문학상에 선정된 작품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는 올해 초 발간된 서정아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의 어긋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제작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에선 우리가 어떤 사람을 잘 안다고 하는 생각이 그저 자신이 만들어 낸 기대나 환상
이번 가을, 제주를 찾는다면 단순한 관광이 아닌 감귤과 오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추천한다. 감귤 따기, 미각 체험, 전시 관람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서귀포 '감귤박물관'은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여행지로, 제주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손색이 없다. ◆서귀포 감귤박물관 '2025 감귤따기체험' 가을 내음 속 달콤한 감귤 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이다.11월 초 서귀포 감귤박물관의 과원은 달콤한 감귤 향으로 가득하다. 제주 감귤의 풍미를 직접 체험하고, 제주의 자연 속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2025 감귤따기체험'이 지난 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감귤따기체험'은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제주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과원에 들어서자 주황빛 감귤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안내를 맡은 직원의 설명에 따라 손을 뻗어 감귤을 따자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감귤의 느낌과 상큼한 향기가 동시에 전해진다.감귤을 조심스럽게 가지에서 따내면 손안에 담긴 과실이 제주의 가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직접 딴 감귤 한 알을 바로 베어 물었더니, 상큼함과 달
〈부활을 보다〉 지난 5월 4일 그 푸르른 날, 40대 여성 지체장애인이 하늘나라로 갔다 새가 되어 어디든 날아가고 싶다던 그녀가 강을 따라 바다로 병실 창밖 너머 꿈꾸던 아득한 산봉우리를 지나 별이 속삭이고 달이 어둠을 밝히는 하늘 높이 날아간 것이다 마우리족이 신성시했다던 뉴질랜드의 후아이아새 깃털은 3900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하지만 날개가 없는 그녀는 깃털 대신 심장, 간, 좌우의 폐와 신장을 주고 갔다. 다섯 명에게 자신의 생명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Trans Human 시대의 Prelude가 되어 떠난 것이다. 돈 대신 생명을 주었다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갔다 죽음의 현장에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없이 무기력한 나는 나의 삶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를 버리고 새가 되어 훨훨 나를 버리고 싶었다 아득한 절벽의 끝에서 지체장애인의 삶을 만났다 그녀가 주고 간 삶을 만났다 그녀를 대신하여 다섯 명이 살아나는 생명을 보았다 그녀의 부활을 보았다 원래 맨몸으로 이 세상에 온 것, 이 세상에서 얻은 것은 남김없이 주었을 때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보았다 이 세상에 얻은 것은 이 세상에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갈 때 나는 나를 지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