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에 출간된 김이설의 장편소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는 지천명(知天命), 1975년생, 50을 코앞에 둔 세 명의 친구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목적지는 ‘강릉’.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50대로 막 접어듦에 대해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나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늙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고, 젊지도 않은 아주 이상한 시기’라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놓았으니 책을 읽는 내내 비슷한 나이대의 독자들은 격한 공감과 동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중년의 여성 셋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 그들은 마흔아홉의 난주, 미경, 정은이다. 세 친구는 갓 스물넷 되던 해 이후 25년 만에 다시 강릉을 찾은 것이다. 비록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지만 그들에게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이야 ‘MZ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1990년대 그들도 ‘X세대’로 불리던 신세대였다. 젊음만으로도 아름다웠고 또 힘들었던 그들. 이제는 요실금과 고혈압, 탈모, 우울증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50대 초입으로 달려가고 있다. 싱그럽던 너와 나는 나이가 들면서 살이 쪘고, 무엇보다 사는
성남큐브미술관에서는 지난 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의 일정으로 더 나은 성남의 미래를 조형화한 '도시를 다시 상상하다(Re-Imagining the City)'라는 매우 독특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성남문화재단(대표이사·서정림)과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이하 RCA)이 국내에서는 처음 진행한 공동프로젝트의 산물인 이 전시회에서는 공모를 통해 참가한 일반 시민에서부터 지역예술가 등 98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창작한 설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참여자 중 한 명인 김가빈(22·가천대 4년)씨는 '평생 잊지 못할 문화적, 예술적 경험'이었다고 했다. RCA 게리 클라우 학과장과 손경화 교수가 함께한 공동프로젝트는 5일간 워크숍 형태로 진행됐다. 김씨는 우선 10살이 채 안 되는 어린이부터 70이 넘은 어르신까지 참가자들의 다양성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워크숍하면 딱딱한 주입식 강의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게 아니었다. 첫날부터 골판지를 이용해 도시를 창조해 내는 작업을 했는데, RCA 교수님들은 큰 주제와 방향을 설정해 주고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해 주면서 참가자들이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깊은밤 별들이 내려앉는 한라산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하다. 제주특별자치도 돌문화공원관리소는 오는 16일부터 10월 6일까지 오백장군갤러리에서 김연숙 작가 초청전 ‘하늘과 바람과 별들의 시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미술교육 전공)을 졸업한 김연숙 작가는 제주 최초의 여성미술단체인 ‘에뜨왈’과 ‘제주판화가협회’의 창립멤버로, 작품 활동 초기에는 판화 작업을 선보이다가 2005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로 작업실을 옮긴 후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에 몰두했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의 올해 두 번째 기획전시이기도 한 ‘하늘과 바람과 별들의 시간’에서는 김 작가의 초기 회화 작품인 ‘거문오름’ 연작부터 ‘여기 한라산’, ‘은하수를 붙잡는 산, 한라산’과 함께 최근 작업인 ‘하늘과 바람과 별들의 시간’까지 천혜의 제주 풍광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 27점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첫 번째 섹션 ‘거문오름 가는 길’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의 모습을 부드러운 붓질과 따뜻한 색채로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거문오름 가는 길’이라는 그림책도 함께 전시된다.
한 해의 절반 지점인 여름, 바쁘게 달려온 일상 속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다. 여유로운 휴식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싶어지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을 만끽하고 싶다면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대전 서구 장안동에 있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고(故) 임창봉 씨가 조성한 곳으로 1994년 개장했다. 구역 면적은 81만5천855㎡이며 2002년 대전시가 인수해 새롭게 조성, 2006년에 다시 문을 열었다. 휴양림 초입에 들어서면 창공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반겨주는데, 숲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잎새와 가지마다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자연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숙박시설을 제외하면 모든 시설이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해 대전의 대표 관광명소 12선으로 불리고 숲의 이국적인 경관을 감상하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숲속 어드벤처·생태연못·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즐비해 가족 단위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57만2천여 명의 방문객이 장태산 자연휴양림
전주문화재단은 다음 달 18일까지 ‘다이브 투 퓨전: 더 비기닝(DIVE TO FUSION: THE BEGINNING)’ AI 국악 크로스오버 작곡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 예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은 미래기술을 활용한 K-소리(국악)의 확산과 접근 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될 작품에는 전체 곡의 30% 이상 AI 작곡 프로그램이 사용돼야 한다. AI 작곡 프로그램으로는 SUNO, MUSIA.AI, Soundraw 등 어떤 것이든 사용 가능하다. 또 음악의 장르와 형식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반드시 가사가 포함된 2분 이상 3분 이하의 국악풍 노래이어야 한다. 특히 AI 활용 작곡 공모전이기에 ‘AI 활용 작업기’를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작업기에는 어떤 AI 작곡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어떠한 입력값을 통해 어떤 결괏값을 얻었는지, 얻은 결과물을 노래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 자유 양식으로 작업기를 작성하면 된다. 응모 곡의 심사는 총 3차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1차와 2차는 대중음악 전문가, 국악 전문가 등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평가를 진행한다. 3차에서는 시민 대상 평가단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의 열쇠가 된 '로제타석'(Rosetta Stone)(사진)을 실물에 가깝게 복제해 오는 10월 공개하기로 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로제타석을 소장한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협조를 받아 '로제타석 복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로제타석은 기원전 196년 이집트에서 제작된 비문이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 5세를 찬양하는 내용이 쓰였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이 이집트 북부 로제타에서 로제타석을 발견했다. 1822년 프랑스의 이집트학자 장 프랑수와 샹폴리옹이 로제타석의 상형문자를 해석해 4천년 만에 이집트 문자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영국군이 이집트에서 프랑스군을 몰아내면서 1801년 항복 합의에 따라 로제타석 등 유물 수십 점을 프랑스로부터 넘겨받았고, 현재 영국박물관이 소장해 전시하고 있다. 세계 문자를 연구·전시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으로선 이집트 문자 해석의 시발점인 로제타석 원본을 가져올 수 없는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복제품이 필요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측은 지난 7월 영국박물관을 찾아 로제타석 복제에 관
인디 씬의 숨은 강자 ‘고니밴드’는 나른한 일렉기타의 무드, 거친 베이스와 8비트 드럼의 리듬으로 듣는 이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달 30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이름 없는 새’를 발매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카페뮤지엄CM(이하 CM)이 ‘Friday Live in CM’을 오는 12일 오후 8시 CM(동구 문화전당로 29-1)에서 펼친다. 얼터너티브 록, 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고니밴드가 출연할 예정이며 자신들의 노래 총 11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해 앨범 WAVE를 통해 발표했던 노래 ‘마녀사냥’으로 막을 연다. 오해와 우연, 인연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으며, 반복적인 후렴구와 중독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Love ya’와 ‘불씨’, ‘사랑이라 부르네’ 등 곡들도 저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리듬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름 없는 새’, ‘우린 아파도 사랑을 하지’, ‘물 주세요’ 등도 레퍼토리에 있다. ‘사랑해서 사랑하고 사랑해’, ‘Kiss&hug’와 ‘You and I’, ‘카르페디엠’ 등도 울려 퍼진다. 한편 이번 공연은 고니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어린이·청소년 영화제인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지난 10일 개막식을 열고 5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에는 영화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석해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사회를 맡은 방송인 오상진 씨와 김아송 배우가 먼저 레드카펫을 밟았다. 뒤이어 번역가 달시 파켓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미하엘 하르바우어 슈링겔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연식 감독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BIKY의 간판 프로그램인 ‘레디~액션!’의 심사를 맡은 어린이·청소년 심사위원들도 다소 수줍은 듯 레드카펫을 밟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막작 ‘별의 메아리’의 주연을 맡은 이삭 귀나르 배우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뇌과학자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등도 개막식 현장을 찾았다. 지난 3월 취임한 BIKY 오치훈 이사장은 “한 편의 영화가 한 인간의 성장 토대가 되듯 우리 영화제가 우리 사회를 성장시키는 토대
나른한 햇빛이 바닥으로 스며들고, 잔잔한 바람이 창틀을 간지럽힌다. 두 남자는 가만히 햇빛 저며든 의자에 걸터앉아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댄다. 이들은 각기 다른 깊은 고민에 빠지고, 이를 작품에 담아낸다. 중앙대 미술대학 동문인 두 남자, 최성우, 한동국 작가는 오는 20일까지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나른한 오후, 검은 차 한입 머금을 때’를 주제로 자신의 삶을 조명한다. 최성우 작가는 지나가는 삶에 초점을 두고, 한동국 작가는 죽음 직전의 순간에 시선을 둔다. 별거 아닌 일상 속에서 두 작가는 삶과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갖고, 인간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문득 삶이 무한하지 않음을 깨달은 한동국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배제한 채 오직 죽음에 초점을 둔다. 그러면서도 그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당장의 순간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의 작품은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 있는 하루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죽음이 있다면 새로운 삶도 있다고 믿는 최성우 작가는 한동국 작가와는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그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그는 자신 안에 깃든 소리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
앞산갤러리(대구 남구 현충로1길 8)에서 정서온·김세한 작가의 2인전이 오는 18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들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감정들을 각자 다른 시각으로 통찰해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전한다. 어둠 속에서 대낮 같은 빛을 밝혀내는 김세한 작가와 밝고 뜨거운 빛으로 식물을 태워 만들어 낸 먹을 통해 밝은 햇살 뒤의 서늘함을 표현하는 정서온 작가는 우리의 하루를 뜨겁고 극적이며 철학적으로 그려낸다. 김 작가는 대낮처럼 화려한 도시의 밤을 다양한 색의 점으로 그려낸다. 각 점들이 갖는 이야기들은 화려한 도시 속에서 화려함, 절망, 위로와 환호로 점멸하며 연쇄적으로 폭발하듯 이어진다. 또한 각기 다른 색의 점처럼 뜨겁기도 서늘하기도 한 온도의 삶이 서로 융합하고 반응하며 다채롭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현대 도시인의 삶을 연상케 한다. 정 작가는 집을 주제로, 현대인들의 자아와 관계성에 대해 묻고 있다. 정답도 오답도 없는, 현실적인 관계성 속에서 표류하는 이들에게 본인만의 영감을 전하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은 "어떤 시간에 갤러리에 방문하냐에 따라 눈이 가는 작품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