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녀온 건 불안을 확인시켜 주는 정도였죠.” 지난 2월 부산대병원에서 개두술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은 하 모(53) 씨. 그는 수술을 앞두고 주변의 강한 권유로 서울 대형 병원을 찾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병원 간호사인 그는 수술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많이 봐 와서 진단을 받은 후 처음엔 서울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새벽 서울행 SRT 기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하루에 병원 두 곳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400km를 달려 도착한 병원에서 담당 교수와의 대화는 1분 30초 남짓. 서울 두 의사는 상반된 소견을 내놨고, 하 씨는 원래 결심대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양쪽 귀 윗부분부터 이마 선을 따라 절개하는 큰 수술이지만, 지역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은 건 오히려 잘 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죠.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고, 회복 과정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돼 훨씬 유리해요.” 하 씨처럼 지역에서 큰 수술을 받고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지만, 주변 권유에 의해 서울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일명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가 최근 11년간 9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6대 암 환자도 11년간 120만 명이 치료를 위해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해야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는 의료 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보한 2013~2023년 관내·관외 진료 현황 통계를 분석해 보니, 주소지가 비수도권인 환자를 기준으로 서울 상급종합병원 진료실 인원은 이 기간 총 935만 6796명으로 집계됐다. 진료실 인원은 한 병원에서 여러 번 진료를 받더라도 1번으로 집계되는 항목으로, 진료를 받은 실제 환자 수다. 2013년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는 75만 5313명이었는데, 이후 대체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 10년 뒤인 2023년엔 100만 5973명으로 나타났다. 부산 환자도 최근엔 매년 5만 명 이상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만 2634명이 서울 큰 병원을 찾았고, 이후 4만 명대를 오가다 20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그린시티와 북구 화명신도시·금곡 등 조성 30년을 넘어가는 노후계획도시의 정비 밑그림이 나왔다. 지난해 4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본계획안이 공개된 것인데, 부산시는 오는 12월 선도지구를 선정해 통합 재건축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해운대1·2, 화명·금곡 등 지구에 대한 1단계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9일부터 이달 말까지 3주간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4월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시는 △해운대 1·2 △화명·금곡 △다대 일대 △만덕 △모라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그중 1단계 대상지인 해운대 1·2와 화명·금곡에 대해 국토부, 국토연구원 등 관계 기관의 자문을 받아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먼저 기본계획안이 나온 것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각 지구에 기준 용적률이 상향된다. 해운대 1·2지구는 기준 용적률이 250%에서 평균 360%(2종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360%, 연립주택 210%)로, 화명·금곡지구는 기준 용적률이 235%에서 350%(2종일반주거지역 340%, 3종일반주거지역 370% 등)로 상향
지역 환자의 ‘서울행’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6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의료 격차를 넘어 비효율로 인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료의 서울 쏠림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전 정부가 추진한 지역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이어져야 할 필수 과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순 비용은 교통·숙박비만 고려했을 때 4121억 원으로 추산됐다. 서울과 지역 간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1조 7537억 원으로 늘고, 업무 복귀 등 환자와 가족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4조 6270억 원으로 폭증한다. 순 비용은 ‘유출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총비용에서, 환자의 거주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을 뺀 값이다. 지역민은 특히 중증 질환이거나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서울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고 지역 국립
27일 부산대 의대를 시작으로 내달 7일까지 부산 지역 의대가 줄줄이 복귀 시한을 맞는다. 대학은 학장 명의의 서한을 보내는 등 막판 복귀 설득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부산대는 27일 복학·등록 마감을 앞두고 이날 학생과 학부모에게 의대 학장 명의의 서신을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는 “예를 들면 본과 3·4학년의 경우 임상 실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조를 짜서 순환하는 만큼 중도 복귀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학년별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학생들이 이 같은 상황을 유념해서 꼭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서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지난 24일 의대생 학년별 대표와 의대 학장단 간 면담을 진행했고, 복귀 시한인 27일에도 학생들에게 문자 등을 보내며 복귀를 설득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대 의대에 휴학계를 냈다가 반려된 의대생은 약 600명이다. 27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고신대, 인제대, 동아대 등 부산 지역 의대가 줄줄이 복귀 시한을 맞는다. 고신대는 28일, 인제대는 내달 5일까지 복학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동아대의 경우, 학생들이 복학을 한 뒤 휴학계를 냈지만 대부분 휴학 신청이 거절된 상태다. 동아대는 수강 신청을 마친 학생의
지난 6일 취재진이 찾은 부산 연제구 A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 주차장 입구 안내판에 주차 가능한 차량의 중량이 2200kg 이하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기계식 주차장 안전 지도를 살펴보면 이 주차장의 주차 가능 중량은 1850kg 이하. 같은 날 해운대구 B 기계식 주차장도 안전 지도상에선 1850kg 이하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현장에선 2000kg 상당의 전기차도 별다른 경고 없이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주차되고 있었다. 기계식 주차장에 법적 중량을 초과한 차량을 주차 시키는 일이 만연하다. 이들 기계식 주차장의 안내판은 설치 때 인증받은 차량 무게를 상향 조정해 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안전성 검사 후 차량 제원을 상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임의로 주차 가능한 차량의 무게를 높인 것이다. 허위 표기 단속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어 당장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 시행 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과적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 지역 기계식 주차장 5706기 중 대형 기계식 주차장(2200kg 이하 차
“평소엔 전어 7kg만 준비하는데, 오늘은 20kg 준비했어요.” 29일 오전 10시께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제21회 명지시장 전어축제가 열린 이날 점심 장사에 앞서 전어를 손질하던 횟집 사장 한숙희(68) 씨는 평소보다 배 넘는 양인 전어 20kg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먹을 사람은 먹으러 오는 분위기다”며 “문의 전화가 오면 ‘우리 바다에는 4~5년 뒤에 오염수가 온다’고 안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손님이 많은 가게는 주말 하루 동안 전어를 40~60kg까지도 판다”고 설명하며 전어의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는 분주한 손을 멈추지 않았다. 상인들은 축제를 맞아 각자 수조마다 전어를 적게는 10kg에서 많게는 30kg씩 채웠다. 부산 강서구청은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3일간 제21회 명지시장 전어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 뒤 부산에서 열린 첫 수산물 축제다. 오염수 방류 6일차였지만 축제 현장에서 수산물 소비 위축 심리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이날 오전 11시께 상인회가 무료시식용 전어 도시락을 분배하기 시작하자,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참여 행렬이
부산 사상공단의 특수학교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산솔빛학교가 다음 학기부터는 깨끗한 환경에서 수업할 수 있다는 ‘10년의 기대’가 무너졌다.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이하 중투심) 통과 덕분에 마침내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이전 대상지의 한 고물상이 이전을 거부하고 거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특수학교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교육청은 8일 "사상구 부산솔빛학교 이전 개교를 당초 목표였던 오는 9월에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현재 2026년 초로 이전 시기를 추정한다. 2003년 개교한 부산솔빛학교는 사상공단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악취, 소음, 분진에 시달려 왔다. 2013년부터 학부모들은 학교 이전을 요구했다. 2017년에는 시교육청 앞에서 백배서원(소원을 정하고 하는 절)을 하거나 침묵시위, 등교 거부 투쟁을 하기도 했다. 2020년 시교육청이 사업비를 모두 부담하기로 한 덕에 이전 사업안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깨끗한 환경에서 학교에 다닐 길이 열렸지만, 이전 계획 부지에 있는 한 고물상이 보상금 수십억 원을 요구하며 이전을 거부해 난관에 봉착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고물상 A업
부산에서 또 다른 50억 원대 ‘전세사기’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약 90세대와 전세 계약을 맺고 잠적한 집주인 부부의 서류상 사무실엔 비닐하우스뿐이었다. 사회초년생, 예비 부부 등 세입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변호사 선임 등 대응에 나섰다. 부산 사상구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30대 이 모 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출퇴근을 위해 회사와 가까운 지역 빌라에 2년 8개월 전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는데, 최근 집주인 부부가 세입자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는 것이다. 7000만 원을 대출 받아 전세금 9000만 원을 마련했던 이 씨는 집주인 잠적으로 은행 빚을 떠안고 살 위기에 처했다. 이 씨는 “입주할 땐 건물에 월세 물건이 많아서 ‘위험한 집이 아니다’ ‘월세가 많아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 안전한 줄 알았다”며 “월세가 부담돼 전세로 살았다. 갑갑한 마음에 어떻게든 집주인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9일 사상구, 부산진구, 동구의 4개 빌라 세입자 약 90명이 꾸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의 건물을 소유한 A 씨 부부가 최근 잠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피해자는 총 89개 세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버스를 타고, 버려진 땅에서 생태 거점으로 회복된 을숙도생태공원에서 부산을 맛보고, 도심에서 다친 야생동물을 치유해 자연으로 되돌린다. 부산 첫 현지 방문에서 엑스포 실사단에게 안겨진 부산의 첫 인상이다. 4일 낮 12시 10분께 부산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 화려한 환영행사가 펼쳐진 부산역을 뒤로 하고 수소전기버스를 타고 을숙도를 찾은 엑스포 실사단. 이들은 따뜻한 날씨에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으로 버스에서 내려 부산의 '생태 성지'에 발을 내딛었다. 부산에서 실사단의 이동은 수소버스가 책임진다. 4일 오전 부산역에 도착해 현지실사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7일 오전 김해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전체 이동을 수소버스로 하게 된다. 'World Expo 2030 Busan, Korea' 'Busan is ready' 등 홍보 문구가 랩핑된 이 수소버스는 40인승 현대차 수소전기버스로, 중앙 유치위원회에서 준비했다. 실사단을 싣은 수소버스는 부산역을 출발해 부산대교를 지나 영도를 거쳐 을숙도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을숙도에 도착해 곧장 행사장이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2층으로 향한 실사단은 약 3분간 을숙도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