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김창범)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제주시 산지천 탐라문화광장에 4·3의 역사를 왜곡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4·3 공산당 폭동으로 발생, 김대중 전 대통령 CNN 인터뷰’, ‘고(故) 박진경 대령님’ 등을 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1998년 CNN 인터뷰에서 제주4·3은 공산주의자 폭동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발언은 4·3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0년 1월 4·3위원회 출범과 희생자·유족 결정, 4·3평화공원 조성 등을 담은 4·3특별법에 서명했다.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진경 중령(1920~1948)은 1948년 4·3당시 양민들을 무차별 검거·연행했으며, 그해 6월 대령으로 진급했다.
그는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며 강경 진압작전을 전개하다가 1948년 6월 부하 군인에 의해 암살당했다.
해당 현수막은 극우정당인 내일로미래로당이 게시했다.
제주도선관위는 내일로미래로당이 등록된 정당으로, 정당 현수막은 정당법에 따른 명칭·연락처·기간 등을 기재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위해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선관위는 철거와 관련,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2023년 3월 대한자유호국단과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등에서 ‘제주4·3은 김일성 공산폭동’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병삼 당시 제주시장은 해당 현수막이 4·3특별법을 위반한 행위로 보고, 4·3추념식을 앞두고 강제로 철거했다.
보수단체는 강 시장을 재물손괴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이번 현수막 게시 등의 사례를 볼 때 4·3을 의도적으로 왜곡·폄훼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4·3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