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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7조8000억 ‘KDDX 사업’ 운명의 날… 장기 표류 마침표 찍나

22일 방추위서 사업방식 논의 예정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갈등 첨예
기술력 결합 ‘공동개발’ 대안 유력

대한민국 해군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중대한 분수령에 섰다. KDDX 사업은 선체부터 레이더, 전투체계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개발·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싸고 조선업계 1·2위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장기간 대립하면서 사업은 표류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의 선정 방식 안건으로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설계를 올릴 예정이다.

 

이미 수차례 결정이 무산된 만큼 22일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KDDX 프로젝트 연기로 해군 전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연내 마무리 지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보안 사고 전력을 거론하며 경쟁입찰 전환을 요구한 탓에 KDDX 사업이 2년째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방위사업청 역시 선택에 부담을 안고 있다. 수의계약을 택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경쟁입찰로 전환하면 기술 연속성 훼손과 사업 지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군 안팎에선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이 유력할 거란 시각이 많았지만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라며 “그런 것을 잘 체크하라”고 당부하며 사실상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하는 발언을 한 후 판이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공동개발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KDDX 사업은 당초 2030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해군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어느 한 업체가 탈락해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경우,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개발 방식은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기본설계 데이터와 한화오션의 수상함 건조 경험을 결합해 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공동개발이 확정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양사 간 역할 분담과 지분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다. 건조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 계약을 담합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도적·법적 안정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DDX는 한국 방산 기술의 집약체”라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 국내 조선·방산 산업의 협력 모델과 K-방산 신뢰도를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