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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환경성 지표’ 꿀벌, 광주서도 사라졌다

96가구 1만6500 벌통 중 8700통 텅 비어
봄 개화기 꿀벌가격 올라 채우기도 힘들어
양봉협 광주시지회장·대의원 등 16일 대책회의

 

 

광주에서도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양봉농가에서 절반이 넘는 꿀벌이 집단폐사하거나 사라졌다는 점에서 환경적인 대책 마련과 양봉업자들에 대한 피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3일 ㈔한국양봉협회 광주시지회는 오는 16일 광주시지회 지회장, 각 지부장, 대의원 등 임원들이 모여 꿀벌 폐사(벌집군 붕괴 현상)·사라짐 현상에 대한 대책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광주지회는 최근 수년새 꿀수확량이 평년의 35% 미만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갑작스런 꿀벌 폐사현상(봉군 붕괴현상)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꿀벌 피해 현황을 직접 조사했다.

광주시에서 양봉을 하고 있는 농가는 총 96가구(동12, 서9, 남 22, 북 36, 광산구 16가구)이다. 이들 농가에서 총 1만6593통의 벌통을 사육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8718통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집단폐사 하거나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벌통 하나에 보통 벌집 10개 정도가 들어간다. 벌통 하나당 3~4만 마리의 꿀벌이 모여있다는 점에서 최소 3억만 마리 이상의 꿀벌들이 없어진 셈이다.

광주시 서구 서창동에서 10여년간 양봉을 해온 정병수씨는 사육하던 130통의 벌통에서 8통만이 남았다. 남은 8통에 남은 벌이라도 살리기 위해 꿀벌들의 먹이인 ‘떡밥’을 붙여놨지만, “남은 꿀벌 조차도 시원찮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보통 3월 25일께 꿀을 따러 벌통을 이동하곤 했는데, 올해는 8통의 남은 벌통을 가지고 꿀채집을 나갈 수 없어 빈통을 정리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면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봄철 꿀벌가격(4만마리 기준 13여만원→30여만원)이 올라간 점도 농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가격이 배 이상 올라 사라진 벌들을 채워 넣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벌꿀 생산은 5~6월에 집중되는 한철 농사이지만, 당장 채집에 나설 꿀벌들이 없어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김종팔 양봉협회 광주시지회 북구지부장은 “전남지역은 지자체별로 이미 현황조사가 끝나고 지원예산까지 어느정도 잡혀 있지만, 광주지역은 아직 지자체 차원의 실태 파악도 못한 실정”이라면서 “양봉농가의 피해 파악과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꿀벌 사라짐 현상은 양봉 농가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꿀벌이 사라질 경우 수분을 통해 열리는 열매가 줄어들고 연쇄적인 생태계 교란과 심각한 식량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꿀 사라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응애’라 불리는 진드기, 방제의 오남용, 기후변화 등 여러가지 요인의 복합 작용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정년기 꿀벌동물병원 원장은 “ 우선 꿀벌은 기상변화에 민감하다”면서 “지난해 유달리 진드기 발생이 많아 방제를 한다고 약제 처리 과정에서 여왕벌이 월동벌 산란 시기에 산란을 하지못해 벌이 차츰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도 지난 1월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민관 합동조사 결과,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꿀벌의 생태는 기후변화와 진드기, 방제 오남용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연구기관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농가들의 공동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전 지구적 과제라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