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배·보상금 성격의 위자료 지급이 명문화됐지만 희생자와 유족 간 가족관계 정정은 쉽지 않아서 자칫 위자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심사·의결을 통해 결정된 4·3희생자는 1만4533명, 유족은 8만452명 등 모두 9만4985명이다.
7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4·3이 한창이던 1948~1950년 일부 도민들은 출생·사망·혼인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아서 호적(제적)부에 공식적으로 기재되지 않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아 사망률과 문맹률이 높은 데다 호적부보다 족보에만 출생·사망 등을 올리는 관행이 만연해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4·3당시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 등 일가족이 몰살되면서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양아들로 입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큰아버지의 양자로 가게 된 경우 호적부에는 아버지(희생자)와 아들(유족)이 친생자가 아닌 관계로 남게 됐다.
특히 4·3당시 3976명이 행방불명된 가운데 수 십년이 지난 후 고인의 생일날을 사망일로 호적부에 올렸거나, 희생자로 결정됐으나 유족이 없어서 지금껏 사망신고조차 하지 않는 사례도 나왔다. 4·3유족회에 따르면 유족이 없는 희생자는 3547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법제연구원의 용역 통해 4·3특별법 개정안 중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정정을 보완입법 또는 시행령으로 마련, 부정확한 가족관계로 인해 배·보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4·3사건 등 과거사 관련 법을 통해 정부의 직권으로 희생자와 유족 간 가족관계 정정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친자확인 소송 또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등 법원에 개별 소송을 제기해 가족관계를 바로 잡고 있다.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제주4·3사건처리과 강은선 주무관은 “4·3특별법 보완입법이나 시행령에 불구, 가족관계는 상속권과 맞물려 있어서 그동안 인지청구 특례에도 불구, 가족관계를 정정하려면 개별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사실 관계가 다른 가족관계 정정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하는 문제인 만큼, 소송을 하지 않아도 일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편 위자료 지급에 앞서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되지 않으면 희생자의 아들·딸이 아닌 사촌들이 수령하거나 재혼을 한 배우자가 낳은 자녀가 받는 등 상속자격을 놓고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