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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조형물 ‘초량 살림숲’, 예술인가 쓰레기 더미인가

 

 

부산 동구 초량동 주민 조혜경(48) 씨는 초량천 앞을 지나가다 새로 설치된 조형물을 보고 놀랐다. 초량시장 입구에 사람 키 3배가 넘는 솟대가 세워져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수호신을 모시는 성황당이 들어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냄비며 장독대를 쌓아 올린 예술작품이었다”며 “세금으로 왜 이런 미관을 해치는 조형물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해했다.

 

부산 동구청이 야심차게 조성한 초량천 공공미술 조형물이 설치 첫날부터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생태하천 초량천과 어울리지 않고 주변 경관을 해친다고 비판한다.

 

동구 ‘초량 예술정원’ 사업 대표작

설치 첫날부터 흉물 논란 휩싸여

주민 공감대 형성 안 된 게 원인

 

9일 부산 동구청에 따르면 ‘초량천 예술정원’ 작품은 지난 3일 설치를 시작해 이번 달 내 완료된다. ‘초량천 예술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일환이다. 초량천에는 조형물과 미디어 아트 등 총 13점이 설치된다. 사업비는 총 5억 원이다.

 

주민의 눈총을 받고 있는 살림살이 조형물은 최정화 작가의 ‘초량 살림숲’이다. ‘초량천 예술정원’ 사업의 대표작이다. 시민들이 기증한 3000여 개의 살림살이 도구와 폐자재를 쌓아 올린 높이 6m짜리 거대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승욱 사업 총괄 기획자는 “손때가 묻은 재활용품을 켜켜이 쌓아 올려 구김살 많은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부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장 입구에 놓인 조형물이 오히려 시장 이미지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초량시장 상인 최재석(44) 씨는 “설치 첫날부터 손님들이 ‘저건 쓰레기숲이냐?’고 묻더라”며 “초량천을 생태하천으로 꾸민다는 본래 취지와 작품의 성격이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손가락질했다.

 

부산 동구청의 공공미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0월에는 산복도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2억 원을 들여 13개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중 현재 7개는 철거되거나 훼손된 상태다. 2019년 11월 철거된 산복도로 갤러리의 경우 철거비용에만 230만 원이 별도로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공공미술의 ‘흉물’ 논란은 주민이 빠진 행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의대 건축학과 신병윤 교수는 “공공미술은 주민이 주 소비층인데 작가만 드러나는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 공감대에서 괴리가 발생한다”며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작가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주민이 공감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 동구청 문화체육관광과는 “부산시 공모사업을 통해 진행해 심의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라며 “예술 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초량천 생태하천 공사가 마무리되고 주변이 정비되면 작품의 진가가 들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