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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보물을 품은 완주 갈동유적

  • 등록 2021.03.24 10:09:05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2003년 필자는 마한과 일본 야요이 분구묘에 대한 비교연구를 위해 일본 리쯔메이칸(立命館) 대학에 머물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일본 언론을 통해 완주 갈동에서 출토된 세형동검의 거푸집에 대한 주요기사를 접하면서 흥분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형동검은 한국식 동검이라 불리는 한반도 후기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서, 중국 동북지방과 일본 구주지역에서도 폭넓게 발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형동검의 생산을 직접적으로 증명해 주는 거푸집이 정확한 유구에서 발견되었으니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완주 갈동유적은 전주시 관내 국도대체 우회도로 개설구간에서 발견된 것으로 2003년 1차 조사에서 토광묘 4기와 제의유적 1기, 2007년 2차 조사에서 토광묘 7기와 제의유적 3기가 확인되었다. 이들 유적에서는 세형동검과 청동거울을 비롯한 청동유물, 철기류, 그리고 점토대토기와 흑도장경호 등이 출토됨에 따라 전주·완주지역에서 마한 성립기 유적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거푸집은 갈동 1호 토광묘의 남쪽 단벽에서 세워져 노출되었고, 길이 32∼33.1cm, 폭 3.2cm이며 활석계 석재로 제작되었다. 이 거푸집은 동검과 동과를 제작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2매를 한 쌍으로 하는 합범(合范)인데, 한 점은 한쪽 면에만 동검의 거푸집을 새겼고, 다른 한 점은 동검과 동과의 형태를 각각 양면에 새겼다. 그것은 동과를 만들었던 거푸집의 1매가 파손된 후 나머지 1매를 재사용하여 세형동검의 거푸집으로 재사용한 결과를 볼 수 있다.

갈동유적 조사 이전에 국내에서 확인된 청동제품 생산을 위한 거푸집은 평양 장천리, 용인 초부리, 전남 영암 등인데, 모두 신고품이거나 출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가치가 결여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갈동 출토 거푸집은 출토 지점과 출토 정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자료의 진실성은 다른 거푸집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또한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당시 사회의 청동기 주조기술을 보여주는 데도 탁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아가 부장양상 뿐만 아니라 당시 청동기를 제작했던 장인의 위계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중요성이 인정되어 2019년 6월 보물 제 2033호로 지정되었다.

이 유적은 도로부지에 대한 조사만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적 범위는 이보다 훨씬 너른 범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부는 경작지로 혹은 나대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유적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각별한 보호대책도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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