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어사 하늘빛 흥건한 물길 속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물고기떼 지느러미는 이미 퇴화하고 없었어 범종소리도 묻어오지 않는 바람 앞세우고 슬픈 몸 위를 걸어보았지 출렁이는 바다를 헤엄쳐보려는 마른 울음이 텅 텅 발자국마다 따라왔네 다람쥐 한 마리도 발자국 따라 숨어들었어 맑은 볕살들이 반짝, 다람쥐 지나간 길로 빛을 심어주고 있었지 물길 돌아오길 기다린 그 먼 시간들 위로 마음껏 헤엄치고 싶은 바다는 점 점 멀어지고 있었네 ☞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로 776번지에 주소를 둔 만어사는 김수로왕이 창건했다는 전설 속 사찰이다. 삼국유사 탑상(塔像)편의 ‘어산불영(魚山佛影)’ 조에는 만어사의 창건과 관련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의 양산지역 옥지(玉池)라는 연못에 독룡 한 마리와 다섯 나찰(羅刹)이 서로 사귀면서,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등 온갖 행패를 일삼았다. 이에 수로왕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였고 이때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들이 불법의 감화를 받아 이 산중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다. 이들 돌에서는 신비로운 경쇠소리가 났고 수로왕은 이를 기리기 위해 절을 창건하였는데, 불법의 감화를 받아 돌이 된 고기떼의 의미를 살려 이름을 만어사(萬魚寺)라
그렇게 지난날은 빛보다 빠르게 마감하는 하루를 지난다 지나친다는 건 잊기 위한 사소한 변명거리를 만들려는 것 서두르지 않았는데도 그럴 마음이란 애초부터 없었는데도 느닷없는 모든 어둠은 직전 놀랍다는 표정이 남는다 최후의 전언이라도 남기려는 것처럼 돌아서면서 싱긋 웃어주는 사람처럼 하루만 살고 그만인 눈빛 아래 서쪽으로 서쪽으로 붉디붉은 그늘이 진다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컥 한다 ☞ 사천시 실안동 1254. 실안의 일몰 풍경은 ‘실안 낙조’로 이름난 곳이다.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하루의 마지막 얼굴을 보여주는 곳. 일몰은 낮의 끝이면서 동시에 밤의 직전이다. 곧 밤이 오면 모든 풍경을 검은 장막에 가둘 것이기에 그 직전을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해주는 것이리라.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의미도 한데 묶어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태가 2년여 가까이 지속되면서 일상은 무너졌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방식이 우리를 혼란 속으로 내몰고 있다. 심신이 지쳐가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가슴을 찢는다. 지나놓고 보면 다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는 날이 언제쯤이면 올까. 밤은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을 위해 비밀을 감추어 두고 견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