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유완’, ‘청자 참외모양 주자’, ‘청자 주자와 받침’…. 청자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특히 다기(茶器)와 주기(酒器)는 비색청자, 상감청자로 제작돼 왕실과 귀족 문화를 대표했다. 다기와 주기는 왕실이나 귀족, 사찰 스님, 문인들 사이에서 차 문화가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술 문화도 널리 퍼져 있었다. 왕실에서는 공식 행사에 술이 빠지지 않을 만큼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고려의 발전된 기술로 세련미 넘치는 다양한 청자 도구가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고급 소장품이 대규모로 광주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은 오는 3월 2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려음(高麗飮)-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다. 전국의 국립박물관과 유관기관이 소장한 도자기 중 다구와 주기 중 250여 점을 엄선했는데, 저마다 고려시대 특유의 정밀한 세련미가 느껴진다. 전시는 차와 술 문화를 나누어 소개된다.1부 ‘고려시대 차와 술 문화의 유행과 수입 도자기’에서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시여, 침을 뱉어라’ 중에서) 김수영 시인을 떠올릴 때면 떠오르는 문구다. 그것에는 시인의 시적 지향이 집약돼 있다. 마치 시인이 살아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 같다. 요즘 시인들은 ‘머리’로 시를 쓰는 이들이 많다. 또 어떤 이들은 ‘심장’의 울림으로 쓰기도 한다. 머리는 관념과 현학에 사로잡히기 쉽다. 자칫 이상에 빠져 현실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심장은 너무 뜨거운 나머지 감정적인데다 무모하다. 그러나 몸은 정직하다. 몸은 있는 그대로의 실존과 실체다. 잔꾀를 부리거나 오만하지 않는다. 단호하다. 우리 몸은 존재 그 자체이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그 무엇이다. 김수영이 시는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닐지. 김수영 시인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역사적 관점에서 1세기는 매우 의미가 깊다. 지나온 100년과 다가올 100년의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100년에도 김수영 시인은 여전히 한국문학사에 빛나는 어느 지점에 자리할 것이다. 지
오월정신과 민주화투쟁의 경험을 간직한 광주는 아시아 국가들과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광주의 문학은 지역을 넘어 아시아, 세계와 평화의 연대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접점을 이룬다.아시아의 삶과 다양한 상처를 모티브로 문학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열리는 2021 아시아문학포럼이 그것.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직무대리 이용신)과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위원장 이경자)는 오는 24일 아시아문학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문학포럼은 내년 개최되는 2022 아시아문학페스티벌 마중물을 위해 기획됐으며 온라인서비스(ACC 유튜브채널)와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 운영한다. ‘이주’, ‘경계’, ‘증언’, ‘차별’ 같은 키워드는 그동안 아시아의 상처와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적 언어들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 인도, 미얀마 등 모두 5개국 1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주제에 담긴 ‘읽다’라는 표현처럼, 각국의 작가들은 ‘아시아’의 역사에 담긴 고통과 다양한 상처 등을 정치한 언어로 조명하고 가치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토론회는 김호균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집행위원장 개회사로 시작되며, 재일 조
가을의 초입,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나누고 즐기고 배우는 아시아인의 문화축제가 펼쳐진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직무대리 이용신)과 아시아문화원(ACI 원장 이기표)은 8일부터 24일까지 ‘2021아시아문화주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위로와 회복을 기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이번 아시아문화주간의 주제는 ‘공감, 아시아’. 공연과 전시, 포럼, 교육, 체험행사 등 12개의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8일은 온라인 개막식을 시작으로 아시아 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 3편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이야기와 아시아 이주서사를 소재로 제작한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가 극장 2 무대에 오르며 심봉사의 관점에서 ‘심청전’을 재해석한 공연 ‘두 개의 눈’은 9일까지 극장 1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시민 참여형 공연인 ‘ACC 시민오케스트라’는 아시아문화주간 마지막 날인 오는 24일 극장 1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담은 꿈의 무대를 펼친다.아시아문화의 다양성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표현한 전시도 열린다. ACC 문화창조원과 야외공간에서 ‘친애하는 빅 브라더 : 다시는 결코 혼자일 수 없음에 대
앞으로는 푸른 수목의 동산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붉은 벽돌의 인문대가 보인다. 주변의 풍경 속에 맞춤한 듯 들어앉은 건물은 투명한 통유리와 유연한 곡선이 맞물려 세련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발한다. 봄철, 비록 코로나로 많은 학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캠퍼스는 그렇게 싱그러움과 낭만이 가득하다. 최근 전남대 캠퍼스에 디지털 도서관 ‘정보마루’가 문을 열었다. 옛 독일문화원 광주어학센터 자리에 들어선 도서관은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현재 독일문화원 광주어학센터는 언어교육원 건물 내로 이전한 상태다. ‘정보마루’ 뒤로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인 인문대(1호관)이 자리하고 있어 모던과 첨단, 근대가 버성기듯 어우러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개방성과 투명성, 접근성이 눈에 띈다. 캠퍼스 안에 있지만 멀티미디어와 복합문화가 적절히 융합되는 공간을 지향한다. 여기에 문화와 역사, 자연과 첨단, 정보와 예술이 만난다. 학술자원과 문화가 만나는 융복합 하이브리드 도서관은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 동행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정보마루는 대출이 가능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보마루 출입 및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민을 위해 매년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아특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아시아문화도시법 유효기간이 2026년에서 31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당초 5년마다 수정·보완하게 돼 있는 종합계획 수정계획(2018~2023·종합계획 수정) 또한 변화를 반영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성사업 주요 추진체계 혁신을 비롯해 국비 지원 등 재원조달 방안 또한 지역 실정에 맞게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일보는 아특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과제와 필요한 조치들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현재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하 조성사업)은 아특법과 종합계획에 근거한 국책사업이지만 문화전당 건립 외에 다른 분야는 뚜렷한 진전 없이 답보상태다. 특히 문화전당 효과를 광주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5대 문화권과 연계한 문화도시기반 조성사업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당초 조성사업은 문화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문화를 통한 균형 발전, 광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의도적인 사업 축소와 조성사업 위상 약화에 따른 부진, 환경 변화 등으로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한편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광주의 근·현대 기록물은 지역의 문화이자 문화 원천소스로서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지역의 말, 문화예술인 자료, 구술과 채록, 사람 등은 향후 지역의 풍부한 콘텐츠를 구성할 원천소스가 된다.광주문화재단(대표 이사 황풍년)은 창립 10주년이 되는 올해 그동안 축적된 문화자산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위드 코로나’에 맞춰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 제작 환경 조성과 지원에도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황풍년 대표이사는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재단 다목적실에서 올해 주요 사업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운영 계획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해외 교류 유튜브 실황 중계, ‘광주 최초를 찾아라’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 포럼 등 온오프라인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먼저, 재단은 광주문화자산의 체계적 아카이빙 및 협업과 네트워크를 강화한다.이를 위해 재단은 문화자산 범위와 장르를 다각화하고, 광주시의회와 ‘지역출판진흥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문화진흥 토대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문화예술도서관 내 광주학 아카이브 자료를 구축하고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특히 올해는 향토지리역구소와 함께 광주 자산 신규 사업 ‘광주 최초를 찾아라’를 추진한다. 기록
춘래불사춘(春來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막히고 얼었다. 사람들의 마음도 세상살이도, 정치, 경제도 닫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낯설지는 않지만, 이 봄에 스스로를 유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태백산맥문학관을 향해 가는 길, 미세먼지 때문인지 오락가락하는 가느다란 빗줄기 때문인지 착잡하다. 마음은 가라앉고 허전하다. 광주에서 벌교까지는 얼추 한 시간 남짓 거리. 이곳은 시리즈와 무관하게 수년 전 벌교를 오갈 때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모티브로 한 문학관이 들어선지 얼마 안 된 무렵이었다. 그때 보았던 문학관의 잔상은 소설이 주는 무게만큼이나 다소 무거웠다. 흩날리는 빗줄기 탓인지 문학관 주위가 다소 흐릿해 보였다. 벽면의 벽화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둣하다. 우리 민족의 역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투영된 느낌이다.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서편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10권)의 첫 장면은 그렇게 시작한다. 모든 소설의 첫 문장은 작가의 산고가 가장 명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숱한 파지를 내는 것은 작가의 숙명이다. 조정래 작가
‘한 가족에 관한 마음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영화’.‘미나리’는 한마디로 ‘마음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한국 이민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담아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마음의 언어’라는 말에는 사실을 뛰어넘는 진심과 진정성이 전제돼 있다.15일 ‘미나리’가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미국 땅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정이삭 감독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이렇게 말했다.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다. 나도 그것을 배우고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 감독의 말은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는 어록을 떠올리게 한다. 그 ‘1인치 자막의 장벽’은 분명 ‘외국어’ 논란을 의미하지만, 마음과 진심이 합치된 공감은 여타의 논란을 무화시킨다.‘미나리’는 분명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A24가 투자를 맡았으며 브래드 피트가
순천 월평의 구석기 유물, 화순 대곡리 청동기 유물, 고흥 안동고분 투구와 갑옷,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석등,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 구석기부터 조선에 이르는 남도의 빛나던 시간을 담고 있는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이 8일 역사문화실을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역사문화실 공개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도자문화실에 이어 진행된 상설전시실 개편 사업 일환으로, 광주전남 위상을 알 수 있는 유물과 인물, 자료 위주로 구성했다. 역사문화실은 모두 2개의 실로 이루어져 있다. 1실은 선사시대부터 삼한·삼국시대까지, 2실은 남북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아우른다. 1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구석기 유물에 압도된다.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등 생김새부터 이색적인 유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친 도끼부터 정교한 돌날 등 구석기 시대 유물은 우리 지역 역사가 약 6만5000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방증한다. 조개 팔찌와 흙인형 등의 장식품을 비롯해 생계도구와 지역 간 교역을 알 수 있는 신석기 유물도 눈에 띈다. 구석기에 비해 정교해진 도구는 인간의 손, 두뇌 등 인류학적인 부분과 연계해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