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은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이다.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로 문화적 가치가 크다. 특히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보문복지재단(이사장 정영헌) 동곡뮤지엄 특별전 ‘한국의 금속문화유산 오천년’에서다. 오는 6월 2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 금속공예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 외에도 시대별 금속공예 유물 100여 점도 선보인다. 고조선 시대 청동검, 고구려 금관, 신라 금동관, 가야 금동관 등 유물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금속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김정훈 학예실장은 24일 통화에서 “저희 뮤지엄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전시를 해왔다. 처음에 고려청자를, 그 다음으로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를 선보였다”며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전시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금속공예를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 유물을 거론할 때 도자기를 많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곤 쉴레 등….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가들이자 자기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열었던 화가들이다. 또한 삶은 순탄치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인정을 받은 대가들이다. 예술가의 삶과 창작세계를 영화로 조명하는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가 올해도 시민들을 찾아온다. 시립미술관(관장 윤익) 하정웅미술관은 올해도 ‘해설이 있는 예술영화’를 진행한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오후 2시) 하정웅미술관 2층.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의미있는 해로, 사진작가들도 조명할 계획이다. 강사는 조대영 영화평론가가 맡는다. 윤익 관장은 “예술영화는 미술의 언어가 어떻게 영상 속에서 구현되는지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시각적인 공통점이 있는 두 장르를 통해 예술가와 그 작품, 그리고 예술가의 삶을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먼저 오는 26일 첫 시간은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다룬 작품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무려 15만 장의 필름을 남긴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이름도 직업도 알리지 않은 채 작업을 했다. 보모를 비롯해 가정부, 간병인을 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들이 동네마다 만들어져야 한다’ 광주의 인구문제 해소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한 광주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하나같은 답변이다. 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지원포럼)이 최근 문화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드러났다. 지원포럼은 800여 명의 참여자 중 703명으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을 들었다. 분석 결과 ‘전시 및 공연 활성화’라는 응답이 2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작은 문화공간 조성’(23%), ‘체험형 문화 이벤트 확대’(12%), ‘홍보 활성화’(9%) 등이 뒤를 이었다. 초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환경변화와 인식의 대전환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특히 문화자본의 격차는 삶의 질 격차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문화를 균등히 향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토연구원·한국리서치(2021년)가 발표한 ‘지역불평등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인프라와 관련 문화·여가 시설 불평등이 가장 심하다’(45.2%)고 집계됐다. 그만큼 문화시설의 확충은 지역 활력은 물론 소멸을 예방하기 위한 선결 요건으로 꼽힌다. 아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20년간 무려 380조원의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 추세는 개선되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229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무려 102개 가량이 인구 소멸위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지방 소멸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삶의 질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바로 ‘문화 격차’다. 각종 통계에서 보듯 수도권 위주의 자원 독점이 초래한 문화 격차를 개선하지 않고는 지방소멸의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견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21년 문화예술 활동 현황조사’에 따르면 광주는 ‘문화예술 활동 건수’에서 902개로 서울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중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이 1만2533으로 가장 문화예술 활동 건수가 많았고 다음으로 대구가 2위(2062), 부산이 3위(1856)을 차지했다. 인천은 1131건으로 4위를, 대전은 1001건으로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시아문화중심 도시’를 자처하고 있는 광주는 공연예술 가운데 연극 93건, 양악 323건으로 5대 광역시 가운데 최하
2000년 85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는 70년 창작활동 기간 시집 15권, 시 1000여 편을 발표했다. 한국인들이 애송하는 ‘국화옆에서’를 비롯해 ‘푸르른 날’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그에게는 친일과 군사독재 부역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바로 미당(未堂) 서정주다. 한국 문학사에서 미당 서정주만큼 논란이 되는 문인도 드물다. 뛰어난 문재를 지녔지만 그의 행적은 비판을 면치 못했다. 시인 서정주를 떠올리면 늘 감탄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최고의 서정시인이라는 상찬 이면에 드리워진 부끄러운 행적 때문이다. “시는 시이고 삶은 삶”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시행일치(詩行一致)를 견지했던 문인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당의 행적은 분명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한국 시사(詩史)에서 최고의 서정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미당을 친일의 이유로 문학사에서 배제한다면 한국문학의 공백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고창에 갈 때면 언제나 선운사와 미당이 떠오른다. ‘선운사 동구’라는 시는 고창과 함께 동일선상에서 환기된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