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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산청 산불’ 한 달] 검게 탄 삶의 터전… 복구는 아직도 캄캄

임시거처 못 떠난 이재민 “아직 겨울옷” 일상회복 까마득
시천면·삼장면 곳곳 여전히 상흔 무너진 건물·산림 등 그대로 방치
곶감으로 생계 이어가는 주민들 거름주기 등 나무 살리기 안간힘

지난 3월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한 달이다. 봄꽃이 만발한 때이지만 불이 집중된 산청군 시천면과 삼장면 곳곳에는 상흔이 아직 남아 있다. 숲이 울창했던 산과 계곡은 물론이고, 국도와 마을 인근까지 새까맣게 탄 흔적이 역력하다.

 

산불 진화 이후 군민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화마가 지나간 지역의 주민들은 산불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주택과 생계 기반을 잃은 주민은 재건과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천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곶감 생산 지역이다. 산청 지역 곶감 130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시천면 중태마을에는 82가구 130명 정도가 살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곶감 농사를 지어 1년을 먹고산다.

 

시천면 중태마을도 이번 산불을 피해 가지 못했다. 마을 곳곳에는 철제 구조물이 휘어지고 녹아내린 주택이나, 화재로 인해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남아 있다. 주택을 둘러싼 산림도 불에 심하게 훼손됐다. 농협 대출을 받아서 지은 곶감 건조장과 저온 창고도 불탔다. 한 달이 지났지만, 불탄 건물과 농기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인근 감나무 농장에는 숯덩이가 된 감나무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농사를 오래 지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이 지나가고 나면 새 눈이 난다 안 난다 말이 많은데, 보다시피 불에 그을린 나무엔 눈이 틔지 않았다.” 손경모(68) 중태마을 이장은 집 앞 감나무 농장에서 불에 그을린 감나무를 가리키며, “올해 얼마나 수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이 열릴지는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감밭에 심은 고사리를 수확한다고 했다.

 

박수정 지리산 곶감 작목연합회장은 “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농민들은 요즘 주로 퇴비를 뿌리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이 발생한 10일 동안이 약을 치는 시기였는데, 이 기간에 약을 치지 못해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나무에서도 감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청군이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봉감 농가와 양봉 농가 등에서 피해가 크다. 또 불이 심하게 난 구곡산 주변이 송이 주산지여서 송이 채취 농가도 큰 피해를 보았다. 박 회장은 “소나무가 불타 앞으로 송이 재생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송이 피해는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가구 25명 선비문화연구원 거주
주택 복구 최소 6개월 소요 예상
군, 복구비용 180억8600만원 책정
LH 공공임대주택 거주 지원키로

이번 산불로 산청에는 19가구 3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 중 15가구 25명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는 친척 집 등으로 흩어진 상태이다. 현재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는 중태마을 외공마을 등 15가구 25명이 임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가구당 방 하나와 화장실, 샤워실이 포함된 공간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불이 났을 때 몸만 빠져나와 모두 겨울옷 차림으로 나왔다. 지금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어디 집 만한 곳이 있겠나. 아직 피해 조사 중이라 하는데 언제 새로운 거처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재민 김모(65)씨를 비롯해 한 달 가까이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은 “안동시처럼 긴급지원금이라도 지급해 줬으면 당장 필요한 것들도 좀 사고 할 텐데…. ”라고 입을 모았다.

 

주택 복구에는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에 이재민들은 연구원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에 산청군은 이재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하고 있는 산청신안행복주택의 공가를 활용해 이뤄진다. 입주자들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 부담 없이 관리비 등만 납부하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현재 이재민들은 기본적인 생활에 적응하고 있으나, 대피 생활의 장기화로 인한 심신 피로와 생계 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이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강릉 산불 사례에서도 약 2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이재민이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강력한 재난 대응 및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와 경남도, 산청군은 피해지역 합동 조사를 벌이는 동시에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금 감면, 건강보험료 납부 유예 등의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피해 지역의 통신, 전력, 가스 등의 인프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며, 농업 및 임업 피해에 대한 보상도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는 농어촌진흥기금을 활용해 산불 피해를 본 농업인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업인과 법인이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대출 중인 피해 농업인은 상환 연장 등을 지원한다.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을 100억 원가량 투입해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산청군은 곶감을 포함해 양봉, 산나물 등 지역 주요 농축특산물과 임산물에 대한 피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 16일 군은 피해 복구비로 180억8600만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는 사유시설 2140건, 공공시설 19건 등 총 2159건으로 집계됐다. 세부 내용은 주택 37건, 농업시설 121건, 축산시설 2건, 농기계 33건, 농작물 197건, 산림작물 1180건, 가축·꿀벌 83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