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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표 명품 실버 영화 꿈꾼다…'부전시장' 27일 개봉

부산 지역명 타이틀 김시우 감독 작품
전무송 서갑숙 남경읍 조은숙 등 출연
100세 시대 각양각색 황혼기 삶 다뤄
‘부산 3부작’ 첫 번째 주자로 관객맞이

죽어도 좋아(2002),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죽여주는 여자(2016), 소풍(2024)…. 인생 황혼기 삶을 비추며 우리나라 ‘실버 영화’의 맥을 이어 온 작품들이다. 극장 관객 수 기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100세 시대로 불리는 초고령사회를 진솔하게 조명한 수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2025년 봄, 또 하나의 실버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섰다. 영화의 배경은 다름 아닌 부산. 27일 전국 개봉하는 김시우 감독의 ‘부전시장’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국제시장과 함께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인 부전시장의 콜라텍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부전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주머니 가벼운 50~70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과 주점, 기원이 하나둘 들어서며 ‘실버 거리’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발길이 잦아지면서 부전시장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거나 간단히 음주 욕구를 채우는 것을 넘어 황혼 세대의 유흥까지 책임지는 ‘실버 천국’으로 변모했다. 영화 ‘부전시장’은 황혼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는 콜라텍을 배경으로 인생 후반기 불꽃을 태우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담담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옛것을 굳건히 부여잡은 채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만복이 어느 날 콜라텍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다. 홀로 노년을 보내던 만복은 폐암이 뇌에까지 전이되며 발작과 치매로 고통받는 만복이를 두고 주변에선 생활고를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헛소문이 퍼진다. 시장 사람들은 만복이의 안락사를 도울지 고민한다. 이 스토리를 중심축으로 콜라텍 제비 천가, 가정이 위태로운 숙현, 꽃뱀 민영, 황혼 연애에 진심인 오수 등 황혼기 노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년 배우 전무송이 주인공 만복이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서갑숙, 남경읍, 조은숙, 김홍표 등 베테랑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휴먼드라마를 빛냈다는 평가다.

메가폰을 잡은 김시우 감독은 일본과 호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여러 작품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경험을 쌓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엔 장편 영화 ‘악에 바쳐’(2021)와 ‘하로동선’(2022), 뮤지컬 영화 ‘투란도트-어둠의 왕국’을 연출했다.

 

김 감독은 이후 영화 ‘부전시장’ 작업을 하며 부산의 매력에 푹 빠져 ‘부산 3부작’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작품이 27일 개봉하는 ‘부전시장’이다. 앞서 1980년대 한국 복싱 전성기를 이끈 부산 출신의 레전드 복서 장정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산복도로’를 제작했다. 과거의 부산 모습을 오롯이 재현한 이 영화는 오는 5월 28일 두 번째 부산 영화로 개봉할 예정이다. 3부작 마지막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주제로 미래를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 ‘아디나’(가제)로, 해운대를 주무대로 이르면 연말께 촬영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은 침체기라는 평가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오스카 감독’ 봉준호의 신작마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버 영화, 그것도 지역명을 내세운 작품으로 도전장을 내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부전시장’ 역시 수도권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울경 관람객의 호응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김시우 감독은 “노인과 바다로 비하되는 부산이 ‘부전시장’ 흥행으로 명품 실버 영화 촬영지로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시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경남 의령군 출신인 김 감독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로 주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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