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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정부-의료계 의대 증원 대치에 서민만 죽어난다”

시민들, 사태 장기화 강력 비판
의료공백에 환자 시름도 깊어져

응급실 24시간 당직 체계 변경
의료진 심적·육체적 부담 한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맞선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남의 의료 현장은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 남은 의료진은 심적·육체적 부담이 커지면서 한계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태 장기화…시민 반응=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은 6일 도내 한 상급 종합병원. 여느 때처럼 복도와 대기실 등은 환자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은 이번 사태 장기화로 마음을 졸이며 정부와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86세 노모를 모시고 병원을 찾은 60대 남성 이모(합천 거주)씨는 “의대 증원은 찬성하지만, 정부가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는 것은 반대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한꺼번에 새로 판을 짜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의료진 편도 정부 편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은 50대 여성(창원)도 “지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욕심 때문 아닌가?”라며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니 죽어나는 것은 서민들이다”라고 질타했다.

입원 환자인 조모(33)씨는 “병원에 있다 보니 위독한 환자를 많이 보게 되는데,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불안하고 걱정되는 면도 있다”며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외래 환자인 이모(92)씨는 “의료계가 좀 심한 것 같다.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의료공백’ 병원 수습 상황=해당 병원의 경우 전공의 가운데 레지던트 6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인턴 19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백은 남은 의료진이 메우고 있다. 이 병원 응급실의 경우 응급의학과 교수 1명과 전공의 2~3명이 맡아왔지만 지금은 전공의가 빠지면서. 응급의학과 교수 2명씩 3개 조로 24시간 당직 체계로 변경됐다. 기존 12시간씩 돌아가면서 진료를 맡아왔다. 아울러 각 진료과별 교수들 역시 24시간 당직 체계에 들어갔다.

병원 관계자는 “비상진료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매일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일선 병원에서 이 상황에 대한 장기화 대책을 마련하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수술은 중증환자를 우선으로 최대한 일정을 준수해 진행하고, 전공의의 도움이 필요한 수술의 경우 교수 2명이 공동으로 집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진에게 누적되는 피로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병원 직원들은 “전공의들의 공백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각 진료과 교수들이 협력해 환자들의 정상 진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것은 사실이다. 입원 환자들의 케어에 있어 교수진과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이 메우고 있는 것”이라며 “상황이 길어지면서 피로도가 상당하다. 조속히 정상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남 의료대란 경과= 도내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국 전공의는 다음날 오전 6시 근무 중단에 돌입했다. 도내 10개 수련병원 가운데 창원경상대병원·삼성창원병원·진주경상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등 대학병원급 4개 병원에 400여명이 넘는 전공의가 몰려 있어 진료 차질 우려가 크다. 지난달 20일 기준 도내에서 전공의 총 478명 중 85% 수준인 40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로 정확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에서 전공의 부재로 삼성창원병원 흉부외과 등의 예정된 수술 2건이 지연된 사례가 알려졌다. 또 창원소방이 자체적으로 며칠간 집계한 환자 이송 지연 사례만 4건이었다. 지난달 25일 오전 8시 31분께 창원에서 1세 남아가 호흡곤란 증상으로 신고가 됐으나 경남·부산 5곳의 대형 병원에서 진료 불가를 밝히면서 2시간 56분 만에 진주까지 이송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로 도내 진료 차질 상황, 수술 지연 사례, 환자 이송 지연 사례 등 정확한 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 실정이다. 불편을 겪는 환자들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일괄 취합해 발표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데, 정부와 행정, 의료계에서 ‘피해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부작용 여론이 부담이 될 수 있고, 각 병원도 전공의 부재로 인한 수술 지연이나 병원 측에서 환자 이송을 거부한 사례, 진료 차질 사례 등이 알려질 경우 내원 환자 감소와 시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지난달 23일부터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중이다. 경남도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특별히 없었다”며 “알려진 수술 지연 사례나 이송 지연 사례 등은 평소에도 몇 건씩 있어 이번 사태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병원별 사직서 제출 현황 등에 대해 경쟁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비공개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 등의 집단행동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경상국립대가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기 위해 교육부에 124명 증원 신청을 하자 6일 경상국립대 의대 학장과 부학장 4명 등 소속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또 보직을 맡지 않은 의대 교수 2명은 의대 학장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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