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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HMM 인수전 공정성 논란에 커지는 매각 신중론

하림, ‘지분 5년 보유’ 일부 제외
영구채 3년간 전환 유예 역제안
무리한 요구에 사업자 선정 진통
불황 대비 졸속 매각 반발 일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갈수록 격화한다. 본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쓴 하림그룹이 ‘무리한 역제안’을 했다는 말들이 나오면서 노조와 해운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내년 해운업 불황을 앞두고, 국내 해운산업의 핵심인 HMM 매각을 섣불리 강행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지난달 23일 입찰이 진행된 HMM 인수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막바지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한 하림은 매각 측이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HMM 인수 뒤 보유 지분 5년 보유’에 대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는 제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5년 보유 등은 매각 측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10조 원대 HMM의 현금성 자산을 유용하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린 뒤 지분을 파는 ‘먹튀’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앞서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 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는 역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하면 인수기업의 지분율이 57.9%로 유지돼, 이 기간 최대 2850억 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HMM 인수전은 또다시 안갯속이다. 실제 영구채 전환 유예는 경쟁자인 동원그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본입찰에서는 하림과 동원 간 2파전이 벌어졌으며, 하림이 2000억 원가량 입찰가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동원은 영구채 전환 유예에 따른 추가 배당금을 입찰가에 반영했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해당 조건이 수용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부산본부도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HMM 매각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 부산본부는 “최근 인수전에 나선 하림그룹의 모든 요구 사안이 HMM이 보유한 막대한 유보금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림이 HMM을 인수하게 되면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배당으로 갚고, 3년 후 HMM 유보금을 이용한 자사주 매입과 같은 방법으로 사모펀드(JKL파트너스)가 주식을 팔고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매각은 국내 해운·조선과 해양도시 부산을 살리는 길이자 해운 재건의 역사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HMM 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내년에도 해운업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HMM에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을 선택할 경우 국내 해운업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쟁력 있는 국내 선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식으로 HMM 매각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준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해진공이 산은의 지분을 인수해 자본 여력이 있는 유력 선사들에게 점진적으로 넘기는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실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본 여력이 있고 국내 해운에 애정이 있는 전문 기업들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부산본부는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부산본부는 “부산항에서 벌린 돈이 부산시민과 부산 발전을 위해 쓰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HMM 본사도 부산으로 이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